넷플릭스 영화 <크로스> 리뷰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가 <크로스>를 보면 뭐라고 했을까? 할리우드 액션 클리셰가 가득한 영화는 결국 신뢰에 금이 간 부부의 관계 회복이 큰 주제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트루 라이즈>와 <크로스>가 비교되는 건 언급된 영화 모두 액션 외피를 쓴 부부 관계에 대한 작품이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뻔하디뻔한 스토리와 액션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부실한 부부 관계와 명쾌한 솔루션 부재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사격 은메달리스트 출신 강력계 형사 미션(염정아)과 전업 주부 겸 어린이집 등하원 차량 기사 강무(황정민)는 평범한 부부다. 그런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강무는 특수 부대 요원 출신인 인물. 어느 날, 그는 과거 요원 시절 동료 희주(전혜진)를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방산 비리를 둘러싼 음모를 알게 된다. 그리고 희주를 몰래 돕기로 나선다. 남편의 본캐를 알지 못하는 미선은 희주와 강무가 바람이 난 것으로 착각하고 이들의 뒤를 쫓는다.
<크로스>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뻔하지만 대중성이 가미된 이야기로 재미를 전하는 오락 액션 영화다. 모두가 예상가능한 이야기의 흐름을 1도 벗어나지 않는 작품은 큰 틀 안에서 오락 액션의 최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가 바로 성역할 반전이다. 극 중 미선과 강무는 고착화된 성 역할에 펀치를 날리듯 제목처럼 크로스 된다. 가장의 역할을 다하는 미선과 주부의 역할을 다하는 강무의 역할 배치는 초반 신선함을 전한다. 경찰로서 범인을 잡는 미선의 액션과 주부 9단으로 펼치는 슬랩스틱 실생활 액션의 대비와 재미는 염정아, 황정민의 연기와 맞물리며, 그 매력을 더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전체적으로 밋밋한 액션은 한 방이 부족하고, 코믹 장면은 그 재미가 쉽게 증발한다. 특히 코미디 경우, 염정아의 말이라면 무조건 실행에 옮기는 정만식, 차래형, 이호철 등 경찰 동료 3인방이 맡는데, 서사, 액션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 분위기 환기용으로 사용하는 데 그쳐, 코믹함이 응집되지 못하고 산만하다.
무엇보다 영화의 큰 단점은 미선과 강무의 부부관계 구축 부분이다. 성역할 반전을 꾀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부부관계 과정인데, <크로스>는 이 부분의 빌드업을 간과한 것처럼 보인다. 서로 소원해진 부부가 일련의 사건을 함께 경험하면서 자신들에게 닥친 위험을 이겨낸다는 이야기가 살려면 초반부터 부부의 문제가 가시적으로 보여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성역할 반전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 이들의 관계 문제와 회복의 과정을 면밀히 담아내지 못한다. 진부하지만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 사랑했던 추억을 드러내며 현실과의 괴리감을 전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담겼어야 했다. 결국 사건의 본질을 알고, 적진에서 힘겹게 탈출하는 차 안에서 서로를 향한 불신과 오해 등을 말하며 에둘러 관계 개선을 시도할 뿐이다.
오락 액션 영화에 이런 게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트루 라이즈>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돌아보자. 두 영화가 관객의 공감을 얻었던 건 극 중 서로에게 소원해진 부부가 잠시 잊고 지냈던 각자의 매력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통한 관계 회복 이야기가 중심을 잘 잡아줬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크로스>는 이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본격적으로 이들이 오해를 풀고, 함께 빌런인 박장군을 처단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후반부에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보는 이들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건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다. 황정민, 염정아는 각자 맡은 바 연기를 안정적으로 소화해 낸다. 마치 염정아는 투수, 황정민은 포수처럼 각 위치에 맞게 액션과 리액션을 적절히 배분해 진행하는데, 꽤나 호흡이 좋다. 전혜진 또한 카리스마 연기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다. 물론, 연출적으로 이들의 내재된 연기력을 더 뽑아내지 못했다는 건 못내 아쉬운 지점이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반가운 얼굴, 조나단이 특별출연으로 등장한다. 그의 입에서 ‘목사님’이 나올 때 시쳇말로 ‘빵’ 터진다. 황정민의 아이디어로 성사된 조나단의 등장 장면을 통해 조금이나마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보길 바란다.
평점: 2.5 / 5.0
한줄평: 스미스 부부가 되고 싶었던 어느 부부의 웃픈 해프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