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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TT 리뷰

이 별엔 사랑과 응원이 필요하다!

<이 별에 필요한> 리뷰

by 또또비됴

우주과학자가 된 난영(김태리)는 4차 화성탐사 프로젝트 최종 선발을 앞두고 프로젝트에서 떨어진다. 이유는 25년 전 우주과학자로 화성 탐사를 갔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엄마의 부재, 그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온 그녀는 엄마의 유품인 턴테이블을 고치기 위해 을지로 수리점을 찾다가 제이(홍경)를 만난다. 난영에게 첫 눈에 반한 그는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서로의 대한 호감이 커지며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난영은 화성 탐사 우주인으로 선발되고, 제이와 이별의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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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우주 어딘가에 항상 너를 응원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는 거


<이 별에 필요한>은 이 대사가 모든 걸 설명한다. 이 별(시대)에 필요한 건 응원이라는 단어로 전달되는 사랑이라는 걸 말이다. 사랑이 사치인 것을 넘어서 죽어가고 있는 시대에서 2050년을 배경으로 한 이 SF 애니메이션은 미래에도 변함없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라고 설파한다. 그 힘은 지구와 화성의 거리인 2억 2,500만km라는 수치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라고.


<이 별에 필요한>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시대에 걸맞는 화려하고 거창한 서사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미래임에도 지금의 현실 속 사는 청춘들의 일반적인 모습과 관계에 집중한다. 난영과 제이는 화성과 지구처럼 다르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났고, 사랑을 키워나간다. 불안한 미래를 알고 있음에도 감정에 충실한 이들은 갖가지 부침을 겪지만, 그 난관을 믿음과 응원으로 헤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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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사랑을 시험하는 건 물리적 거리가 아닌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자신이다. 난영은 엄마의 죽음에 의한 아픔에 갇혀 있고, 제이는 가수로서의 자신감 결여가 발목을 잡는다. 각자 꾸는 꿈이 있음에도 정체된 삶을 살고 있었던 그 순간, 이들은 서로의 치어리더가 된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지만, 사랑의 힘을 믿으며 서로를 신뢰하고 응원한다. 후반부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제이와 난영의 행동은 보편적 사랑의 본질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특색없이 진부하게 흘러가는 것과 후반부 이들이 마주하는 위기는 극적 긴장감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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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멜로의 단점을 상쇄하는 건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서울의 모습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대형 홀로그램 간판들이 넘실거리고, 더 현실적인 화상 통화가 이뤄지는 등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모습은 영화의 매력 포인트. 특히 주 무대인 을지로 세운상가를 비롯해 성수동, 광화문 등을 표현한 파스텔톤의 작화의 느낌은 미래임에도 따뜻함을 전한다. 작화 느낌과 빛의 활용도를 보면 자연스럽게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되고, 디테일함이 떨어지는 부분도 더러 있지만, 한국적인 요소를 잘 가미하면서 독특한 느낌의 작화를 만들어낸 한지원 감독의 세계는 그 자체로 개성 넘친다. <그 여름>을 만든 한지원 감독의 세계가 더 확장되고 견고해진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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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홍경의 목소리 연기는 영화의 실보다 배가 된다. 전문 성우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많지만, 감독은 이 시대의 청춘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성으로, 이들의 캐스팅한 듯 하다. 더불어 이들의 캐스팅 덕분에 이 작품이 만들어졌으니 그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 안해도 될 듯 하다. 목소리 연기는 물론, 두 배우는 애니메이션 콘티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연기했는데, 이때의 동선과 표정들이 실제 작화 작업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두 배우의 연기의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두 배우 만큼이나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OST다. 한지원 감독은 <그 여름>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음악에 무게감을 더한다. CIFIKA, wave to earth, 존박 같은 뮤지션은 물론이고, 김태리와 홍경, 두 배우가 부른 노래도 있다. 각 인물의 감성을 전달하는 건 물론, 영화의 분위기까지 살리는 곡들은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데, 극중 제이가 부르는 ‘Bon Voyage’와 김태리, 홍경이 부른 ‘라이프 고즈 온’도 꼭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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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이 별에 필요한>은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국내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 구독자를 만나고 있다. 어쩌면 난영과 제이처럼 이 작품도 새로운 여정을 밟고 있는 것! 완성도를 떠나 이 영화에 사랑을 담은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에게도 Bon voyage!




평점: 3.0 / 5.0
한줄평: 이 별엔 사랑과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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