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다이노> 리뷰
<엘리멘탈>의 피터 손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는 디즈니와 픽사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음에도 개봉 당시 큰 이슈를 받지 못했다. 직전에 개봉한 피트 닥터 감독의 <인사이드 아웃>이 워낙 호평을 받아서인지 모르겠지만, 평이한 결과물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두 제작사의 영화라고 하기에는 범작인 것 맞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공룡과 인간의 우정이 만들어 낸 감동까지 평범하다고 치부하기엔 그 울림이 강하다.
거대 운석이 지구를 빗겨 나가 공룡이 멸종되지 않은 지구. 옥수수 농사를 짓고 사는 공룡 집안의 막내 알로는 체격도 작고, 겁도 많다. 그런 아들이 걱정된 아빠는 용기를 주며, 옥수수 창고를 지키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다. 그리고 임무를 완수하면 멋진 일을 했다는 표식인 발 도장을 찍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사고로 아빠는 죽게 되고, 알로는 엄마를 도와 농사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옥수수 도둑 야생 꼬마를 발견하고 그 뒤를 쫓다 강물에 빠지고 집에서 멀어진다. 알로는 집으로 가기 위해 야생 꼬마에게 스팟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위험천만하지만 의미 있는 길을 떠난다.
<굿 다이노>는 공룡인 알로와 야생 꼬마 스팟의 여정을 통해 누구나 갖는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피터 손 감독은 모 인터뷰에서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두려움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버텨내는 것, 그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두 주인공이 거대한 자연과 운명을 거스르는 용기가 아닌 그 시련을 오롯이 받아내고 그 안에서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를 하나씩 배워가는 모습을 담는다.
용기의 힘은 알로와 스팟의 우정과 가족을 향한 사랑이다. 극 중 악연으로 만났지만, 이내 살아가기 위한 동반자로서 여정을 함께 하는 이들은 두터운 우정을 나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주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보듬어 주는 과정을 통해 알로와 스팟은 둘 도 없는 친구가 된다. 특히 모닥불을 피워 놓고 각자 나뭇가지로 가족과 부모의 상실을 소개하는 장면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이들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든다. 이는 <업> <월-E> 등 무성 영화의 특장점을 잘 활용하는 픽사 연출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알로는 공룡이고, 스팟은 인간으로 나오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들은 각각 소년과 반려견처럼 보인다. 초기 <굿 다이노>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소년과 강아지의 이야기 설정이 들어 있다. 피터 손 감독은 이 소재를 공룡과 인간으로 치환해 이어 나간다. 생각의 전환을 통한 인물 설정은 <굿 다이노>의 매력 중 하나. 옥수수밭을 일구는 공룡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극 중반부 등장하는 소몰이 등 가축업을 하는 티라노 가족도 등장하는 등 보는 재미를 더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신선한 기획력보다는 안정된 이야기의 흐름을 따르는 <굿 다이노>의 또 다른 힘은 영상에 있다. 두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건 광활한 자연. 알로의 집에 위치한 송곳니 산의 전경은 물론, 폭우로 범람하는 계곡물, 미국 서부의 광활한 대지를 생각나게 하는 평원 등 실사 장면을 보고 있는 것만큼 시각적 쾌감이 크다. 픽사의 기술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이래서 픽사 픽사 하는 거겠지.)
숱한 어려움을 겪은 후 집에 도착하는 여정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한 건 예상한 그대로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 하지만 알로의 여정을 함께한 이들이라면 어느새 한 뼘 자란 알로의 모습에 왠지 모를 감동을 느낄 것이다. 아는 이야기이고,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지만,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던 일들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는 울림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평점: 3.0 / 5.0
한 줄 평: 평이한 결과물, 그러나 울림 있는 발자국
영화 <굿 다이노>는 디즈니플러스는 물론, 티빙, 웨이브 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