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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Jun 12. 2023

소울 충만 범블비와 함께라면!

영화 <범블비> 리뷰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이 개봉한 뒤 평점과 한줄평을 보니 나락으로 떨어졌던 시리즈를 어떻게든 길어올린 것 같다. 다행이겠지? 개인적으로 <트랜스포머 3>편 이후로 이 시리즈는 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오토봇들에게 더 이상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 샘(샤이아 라보프)과 범블비의 영혼을 나눈 우정의 힘은 3편까지 이어 나가는데 중요했던 엔진이었다. 그 엔진이 사라진 시리즈에게 흥미를 못 느낀 건 자명한 사실. 이런 상황에서 <범블비>는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줬다.


영화 <범블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이버트론 행성에서 디셉티콘과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치르는 오토봇 저항군. 하지만 수세에 밀린 오토봇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은 오토봇 ‘B-127’에게 지구로 가서 동료들을 기다리라고 명한다. 지구에 도착한 B-127은 인간 군대와 두 디셉티콘에게 쫓기게 되고 코어 기억장치와 목소리가 망가진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B-127은 폭스바겐 비틀로 변신해 폐차장에서 숨어 지낸다. 한편,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방황하는 18살 찰리(헤일리 스테인펠드)는 자신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먼지 쌓인 B-127를 선택한다. 그냥 고물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 채.


<범블비>의 주요 엔진은 <E.T.>로 상징되는 1980년대 성장영화의 향수다. <범블비>를 보면 노골적으로 <E.T.>(1982)가 떠오른다. 외계인과 소년의 만남과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의 모티브로 한 것처럼, <범블비> 또한 외계 로봇과 소녀의 우정을 담는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지만 각자의 슬픔을 알고, 보듬고, 용기를 붇돋아 주며, 위험에 처하면 서로 돕는 이들의 관계는 <E.T.>의 주인공들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더불어 극중 귀여움을 담당하는 것도 닮았다. (영화를 보면 창고에 쭈그려 앉아 숨어 있는 범블비 피규어를 꼭 사고 싶어진다.)


영화 <범블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블비>는 <E.T.> 등 1980년대 성장 영화의 향수를 이야기 구조뿐만 아니라 다수의 효과로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 특히 스미스의 'Bigmouth Strikes Again', 듀란 듀란의 'Save A Prayer', 아하의 ' Take On Me' 등 카세트테이프, LP,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며 그 시대의 느낌을 되살린다. 특히 차고지에서 취향에 맞지 않는 카세트테이프를 뱉어버리는 범블비와 찰리의 에피소드,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신감이 결여된 찰리를 위해 범블비가 라디오로 상황에 맞는 1980년 팝 음악을 들려주며 독려하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영화 <범블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을 통해 주인공에 도움을 주는 장면은 <트랜스포머>에서 이미 본 장면이다. 자신감 없는 샘을 위해 조력자를 자처한 범블비의 음악 선곡은 미카엘라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마치 친구의 사랑을 위해 뒤에서 온갖 노력을 다하는 친구처럼 그렇게 샘과 범블비의 우정은 두터워진다.


이처럼 <범블비>는 <트랜스포머> 1편의 재미와 향수를 전하는 부분에도 무게 중심을 둔다. 앞서 소개했듯 인간과의 우정을 나누며 지구를 지키는 오토봇의 모습은 물론, 범블비가 왜 말을 못 하는지, 범블비는 어떻게 해서 지구에 오게 되었는지 등 1편에서 궁금했지만 알 수가 없었던 뒷이야기 또한 해소시켜준다.


영화 <범블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80년대 성장영화의 장점과 <트랜스포머>의 향수를 모두 끌어안은 <범블비>는 인물 설정과 이야기의 흡입력은 좋다. 반대로 로봇들 간의 전투 장면은 힘을 뺀 듯한 느낌이다. 지구에서 일을 벌이는 로봇 자체가 범블비를 포함해 3명이기 때문에 화려한 액션 구현 자체가 어렵고, 전투 또한 초반과 후반에 몰려 있기 때문에 액션을 통한 아드레날린 분출은 기존 시리즈보다 떨어진다.


영화 <범블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럼에도 <범블비>가 가진 엔진 성능은 무시하지 못한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잊고 있었던 초심을 다시 끌어온 느낌이랄까. 단순히 로봇 외계인과의 전쟁만을 다룬 영화가 아닌, 인간과의 우정을 쌓고, 도움을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 지구를 지킨다는 스토리라인은 빛을 발한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으로 다시 탄력을 받은 이 시리즈가 이 초심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다양한 로봇이 나온다고 해결되는 건 하나 없다.



평점: 3.0 / 5.0

한 줄 평: 뭐든지 초심을 잃지 말자!




영화 <범블비>는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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