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TT 리뷰

추리의 쾌감보다 더 중요한 건 믿음!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리뷰

by 또또비됴

브누아 블랑이 돌아왔다.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기대작 중 하나인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을 기다리는 이들은 오매불망 블랑의 추리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 누구도 풀지 못한 살인사건의 비밀을 파헤치고, 그 안에 숨겨진 권력자들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는 그의 신통방통 추리력의 매력은 대단하니까 말이다. 시리즈 사상 가장 다크한 이야기인 이번 영화에서 블랑은 어떤 추리력으로 관객들에게 쾌감을 전할까? 일단 미스터리한 죽음에 겹겹이 쌓인 베일을 걷어보니 추리의 재미는 반감되고, 대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올바른 신념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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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복서 출신인 주드 신부(조쉬 오코너)는 재수 없는 부제의 턱을 가격한 후,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파면은 면했지만, 이름 모를 작은 마을의 성당의 보좌 신부로 유배당한 이 젊은 신부는 이곳으로 오게 된 동기가 어떻든 올바른 믿음으로 신앙을 전파하려는 마음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임한다. 그러나 종교인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본당 신부 제퍼슨 윅스(조슈 브롤린)는 그를 못마땅해한다. 주드 신부만 적대하는 게 아니다. 성당에 온 신도들에게 궤변을 늘어놓고, 새로운 신도들을 내쫓는 등 이상한 짓만 골라서 한다. 성당 내 십자가도 없는 상황. 9개월이 지나 성금요일 미사가 열리는 날, 강론을 마친 윅스가 돌연 사망한다. 등에 꽃인 늑대 모양의 램프 장식물이 달린 단검에 찔려 죽은 것. 사건 전날 술집에서 늑대 모양 램프 장식물을 가져와 성당 근처에 버린 주드 신부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고, 그때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 ‘짜잔’하고 나타나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친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블랑의 추리력이다. 포와르도 울고 갈 그 능력은 시리즈의 동력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광팬으로 1편을 만들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들였던 라이언 존슨 감독의 노력이 블랑이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하지만 감독은 이 중요한 캐릭터를 이번 영화에서는 살짝 뒤로 배치한다. 대신 성직자로서 혼탁한 세상 속 위기를 맞이하는 주드 신부를 앞으로 내세우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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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드 신부가 올바른 성직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자신이 생각하는 종교적 신념과 올바른 믿음을 밀고 나가려는 그는 윅스와 신도들이란 장벽에 부딪힌다. 사사건건 자신을 못마땅하고 내쫓으려는 웍스와의 파워 게임에서 매번 패배하는 것도 모자라, 신도들의 냉대를 받은 그의 상황은 사면초가. 이런 상황에서 웍스의 죽음은 그에게 자신을 힘들게 한 암 조직을 떼 냈다는 기쁨과 안도감을 느낀다. 주드 신부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 수 있는 부분이며, 아직 종교인으로서 발전해야 한다는 인물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런 그가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미디어의 폐해로 낙인찍히고, 모든 이들이 자신을 미워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그 순간 블랑이 나타난다. 중요한 건 블랑이 해결하는 게 아닌 신부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게끔 한다는 점이다. 실제 부검실에도 가고, 문제의 단검에 달린 늑대 램프 장식물이 있었던 술집에 가보고, 빠진 단서가 없는지 직접 확인하는 등 탐정 못지않은 탐색 과정을 거치며, 진실에 다가선다. 그리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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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신부가 맞닥뜨린 사건이 생긴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잘못된 믿음을 설파하는 종교 리더 윅스에 있다. 특히 정치 선동, 여성 비하, 외부인 배척 등 성직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만 골라한다. 성직자인지 사이비 교주인지 모를 정도로 행동하는 그의 모습은 잘못된 믿음을 설파하고 내부 추종자를 결속하며 문제를 일으킨다. 리더로서 그것도 종교적 리더로서 가져야 할 덕목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윅스는 현시대의 암적인 존재로 자리 잡은 사이비 교주, 이단 교주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이런 사회적 문제를 수면위로 올린 후 험난한 믿음의 길을 가다가 챌린지를 받는 어린 신부를 내세워 이를 바로 잡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게 바로 '이브의 사과'다. 이것은 주드는 물론,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그릇된 욕심과 욕망을 담은 매개체로 활용하는데, 후반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브가 사과를 먹은 후 벌받는 것처럼, 각 인물 또한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인생의 나락을 경험한다. 물론, 위기는 있지만 주드는 이 시험에 들지 않고 사건에 진실을 마주하고 올바른 믿음의 길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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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부모의 재산을 탐하는 자식들과 이민자들을 멸시하는 백인 우월주의를 향한 일침, 2편에서는 그릇된 방법으로 부와 업적을 이룬 권력자들의 추악한 이면을 들추는 데 그 역할을 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그릇된 신념을 가진 종교 권력자들의 잘못된 행동을 고발하며 올바른 믿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더불어 마녀와 악녀로만 치부되고, 진심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는 여성 인권 시장에도 무게 중심을 두며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터준다.


그런점에서 주드 신부의 역할은 커진 듯하다. 다만, 역할 분담의 역전으로 인해 기존 블랑의 역할은 감소하고, 그에 따른 추리의 재미도 많이 증발한다.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음에도 주드에게 칼을 뽑으라고 말하는 격이랄까. 이로 인해 주드 신부의 캐릭터는 살지만, 그에 반해 블랑의 매력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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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이어 이번에도 평범한 범죄 영화 스타일을 따라가며 재미를 반감시킨다. 물론, 초반에 흩어 뿌린 퍼즐 조각은 정확히 맞춰나가는 쾌감은 유지한다. 더 커진 스케일과 글렌 클로즈, 조슈 블롤린, 밀라 쿠니스, 제레미 레너, 케리 워싱턴, 앤드류 스캇, 케일리 스패니 등 초호화 배우들의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특색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이 좋은 배우들을 여타 동일한 장르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로 국한 시켜 보는 매력이 떨어진다. 범인의 정체도 보기보다 쉽게 유추되는 것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이미 4편을 구상중이라고 하는데, 그 다음편은 1편의 미덕을 오롯이 옮겨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을 다 보면 영화의 부제인 '웨이크 업 데드 맨'은 단순히 죽은자가 일어난다는 직역의 의미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부활이란 의미인 이 말은 종교가 지닌 올바른 신념과 믿음이 부활하기를 바라는 바람도 담겨 있다. 쓰러져가는 성당을 바로 세우며, 자신이 생각하는 종교의 길을 가려는 주드 신부의 마지막 모습은 이를 방증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넷플릭스



평점: 3.0 / 5.0
한줄평: 블랑의 추리보다 빛나는 주드 신부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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