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우리의 가족 이야기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리뷰

by 또또비됴

명절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의례하는 안부와 칭찬이 오가고 그동안 잘 살았는지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것처럼 최근 이슈를 늘어놓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따뜻하고 화목해 보이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미묘하게 싸늘하고 서먹하다. 혈연으로 이어졌지만 가깝고도 먼 사이인 가족.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명절에 만나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영국이나 프랑스나 가족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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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버지(톰 웨이츠)가 있는 고향집에 내려가는 누나(마임 비아릭)와 남동생(아담 드라이버)은 차 안에서 시시콜콜 대화를 나눈다. 이야기의 주제는 단연 아버지. 엄마가 돌아가신 후 쓸쓸히 홀로 사는 아버지는 과연 무슨 돈으로 먹고사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다. 한편,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혼자 사는 노부인(샬롯 램플링)은 1년에 딱 한 번 집에서 여는 두 딸(케이트 블란쳇, 빅키 크리엡스)과의 티타임을 준비한다. 옆 나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쌍둥이 남매(인디아 무어, 루카 사바트)가 만나 얼마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부모의 유품을 정리하며,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긴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잘 알려진 영화는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목처럼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는 가족이란 관계 속에서도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거리와 온도차를 보여준다. 마치 전 세계 가족은 다 똑같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감독이 구성한 세 가족은 한결같이 묘하게 겹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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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롤렉스 시계, 붉은색 옷, Bob’s your uncle, 사진, 스케이트 보드 장면 등 에피소드 곳곳에 놓여 반복되는 소재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세 이야기는 느슨하게 연결한다. 감독의 이 방식은 마치 사람들의 삶은 다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한 행동 양식과 생활 패턴을 스크린으로 옮겨 놓는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주의 깊게 다룬 건 가족 간의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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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관계 묶여 있는 이들은 거짓말을 일삼는다.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다들 잘 나가고 있고, 별탈 없이 살며,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일을 소개한다. (물론, 1부 아버지(톰 웨이츠)는 빼고) 그 말을 들은 다른 가족들은 예상 가능한 리액션을 보여주며, 이 허위의식 쩌는 대화를 이어간다. 가족이라는 관계를 이뤄가면서 실제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마주하는데, 그 자체로 웃프다. 미리 설날 명절 고향집에 다녀온 느낌이랄까. 효자, 효녀 코스프레를 미리 한 것 같은 피로감도 느껴진다.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식탁 장면도 이를 잘 보여준다. 부감숏으로 보여주는 식탁에서 가족들은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차나 커피, 음식 등은 나누지만, 정작 인물들은 섞이지 않는 느낌이 든다. 물이든 차든, 커피든 '짠'을 하며 어색함을 지우기는 하지만, 그 순간뿐이다. 재미있는 건 삼각형, 원형, 사각형 등 에피소드에 따라 식탁 모양이 다른데, 그에 따른 인물들의 거리감이 달리는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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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의식 가득한 세 가족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이다. 특히 자식으로서 부모의 본모습을 알거나 유추할 수 없다는 걸 강조한다. 홀아비 냄새 풀풀 나는 초라한 아버지를 연기한 톰 웨이츠가 자식들이 떠난 다음 멋지게 변신한 모습, 교양과 격식에 맞춰 살아간 엄마 샬롯 램플링은 겉모습과 달리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것, 그리고 쌍둥이 남매 부모는 자식들의 기억과 다른 삶을 살았다는 것 등 극 중 자식들은 부모를 잘 모른다. 아마 영원히 잘 모를 거다. 감독은 그 이유가 가깝고도 먼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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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감독의 작품 중 진입장벽이 낮은 편에 속한다. 감독의 이야기가 비교적 가깝게 와닿은 건 시간의 유한성에 따라 그 또한 젊은 시절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대상이 가족인 셈. 영화를 통해 유추했을 때 감독이 생각하는 오늘날 가족이란 관계는 '함께' 보다 '따로', '따뜻함' 보다는 '차가움'에 더 가깝다. 감독 특유의 거리 두기 관찰 스타일로 단절된 세 가족의 모습은 이렇다할 반전은 없지만, 그 자체로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가족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특히 돌아가신 부모의 유품을 확인하며 추억에 잠긴 쌍둥이 남매를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린다.


새해를 맞이해 노 감독의 연서를 받았다면 그에 맞는 답장을 한 번 써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물론, 쌍둥이 남매처럼 지금 바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빨간색 옷을 입고 커피를 준비하자. 없다면 홍차, 그것도 없다면 수돗물이라도. 그리고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Spooky'를 틀어보자.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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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 개의 에피소드를 느슨하게 연결하는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각기 다른 스케이트보더 등장 장면이다. 씨네21에서 진행한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케이트보더들은 내게 일종의 호흡으로서 중요했다”라며, “잠시 창밖에 새들이 날아가는 걸 보는 것처럼, 이야기라는 폐쇄된 세계 밖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미니멀리즘의 시인답게 이 장면은 운율과 리듬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할 수 있다.


2. 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노부인의 둘째 딸인 빅키 크리엡스가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 나왔던 '나비'에 대한 이야기였다. 친구는 자매가 엄마와 가까운 곳에 살지만 명절도 아니고 1년에 딱 한 번 티타임을 위해 만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다른 곳으로 비행하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나비 같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나비 같은 존재이지 않을까.


3.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엄마가 듣던 노래가 나오는데, 바로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Spooky'다. 가족은 우리에게 그 자체로 따뜻함을 주는 존재이지만, 반대로 으스스하고,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며 이 곡을 듣는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평점: 3.5 /5.0
한줄평: 가깝고도 먼 우리의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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