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여행 맞아?
그녀와의 가족여행 이야기 세 편을 이어가보려 한다. 첫 여행은 그녀와 내가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때'라는 것은 늦든 이르든 적절할 때 찾아온다.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던 시기, 당일 여행도 아닌 1박2일 여행을, 그것도 남편들까지 동행한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여행갈까?', '그거 좋다.' 간단 명료하게. 그날의 여행으로 두 가족은 한껏 가까워졌다.
실내외 체험 모두 가능한 강화도의 한 박물관에서 하루를 온전히 소비했다. 예약해두었던 숙소를 찾아갔는데,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두가족이 함께 머물만한 저렴한 곳을 찾느라 미처 세세하게 체크하지 못한 채 예약을 했던 장소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난방이 잘되고 8명이 편히 잘만큼 넓은 공간이었고, 마음껏 뛰고 떠들어도 될만큼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면 행복한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좋은 점을 찾고 또 찾았는지도 모른다.
굶주렸던 배를 채우고, 취기가 약간 오른 상태에서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노래방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뭐지? 작동이 되나?"
"한 번 켜볼까?"
귀신에 홀린듯 번호를 누르고 하나, 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결혼하고 노래방 출입을 자주 하지못했던 건 엄마들 뿐이 아니었나 보다. 남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볼륨은 높아졌다. 누가 더 크게 부르나, 누가 더 철판인가 대결하듯 분위기는 고조 되었다. 홀로부르다 떼창을 했다. 비록 넷이지만 20명은 거뜬히 이길만큼 목소리는 컸기에 떼창이라 표현하겠다. 이십대에 한창 부르던 왠만한 유행가는 다 부르지 않았나 싶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 아이들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말리지 않았다면 우리의 노랫소리는 밤새 울려퍼졌을 것이다. 다행인 건 몇시간을 고래고래 소리질러도 조용히 하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덕분에 조금은 서먹했던 남편들도 애창곡을 나누며 친구가 되었다. '어우, 좀 으스스하다'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숙소는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이자, 고이 잘 접어둔 추억조각 중 하나이다.
바다도 보고, 절도 방문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족욕도 했다만, 첫여행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노래로 시작해 노래로 끝을 맺게 된다. 고상할 것 같은 어른도 아이처럼 신나게 놀며 친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뽀얀 담배 연기, 화려한 차림 속에 거울로 비쳐오는~~♪♬"
아직도 넷이 함께 부르던 그때의 멜로디가 귓가에 맴돈다. 아 민망하고 또 민망하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