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경제 곳곳이 타격을 받으면서 정부도 지출을 막대하게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7~8%대 늘린 550조 안팎으로 편성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비단 한국 정부의 문제인 것만은 아닙니다. 미국, 일본,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도 막대한 재정지출을 통해 코로나19 확대에 따른 경제 충격을 줄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재정지출은 코로나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부채를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는 선에서 정부 지출을 제한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정부 지출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에 라구람 라잔 시카고 대학 교수의 기고문과 인터뷰를 살펴봤습니다. 라잔 교수는 2008년 경제위기를 예측해 유명세를 탄 경제학자입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이 발명되더라도 경제에 가해진 충격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을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는 레스토랑이나 여행업 등은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의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과 CNBC의 짤막한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정부는 지출해야만 할까요? (원제:Should Governments Spend Away?)
선진국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가계와 중소기업에 막대한 완화 재정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IMF 6월 전망은 정부의 부채 등이 GDP의 2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미국에서 의회는 새로운 부양 정책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공화당의 경우 GDP의 5%가량, 민주당은 15%가량이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저금리 상태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이 막대한 채무에도 지속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명목 GDP 성장이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오고, 금리가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향후 정부가 지출을 제한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말은 옳습니다. 그러나 처음 두 가지 조건이 사실일지라도 우리가 현재의 지출의 질(quality)을 평가하는 일은 당연한 의무입니다.
책임있는 정부는 평소에 '비즈니스 사이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합니다. 하락기에 정부가 채무를 늘리고 상승기에 이를 되갚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 때문에 정부는 당분간 부채를 갚을 수 없습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한다 할지라도 이 막대한 부채는 다음 세대로 전달됩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부채를 갚기가 쉬웠습니다. 막대한 부채에도 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해 다음 세대들이 더 부유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고령화와 적어진 공공 투자, 경제성장 악화 등이 우리 아이들을 부유하도록 만드는데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우리들은 다음 세대에 몇 가지 허들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정부의 기금이 다 사라져 노인을 봉양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죠. 더 우려스러운 것은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그들에게 물려주는 부채들은 미래의 소득을 감소시킵니다. 만약에 우리가 부채 한도를 모두 고갈시키면 미래 세대가 '세기에 한 번씩 찾아오는' 대참사에서 지출을 할 수 있을까요? 이 팬더믹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는 미래세대는 떨어지는 이 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출을 매우 정확하게 타겟팅해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팬더믹이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모든 직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시적으로 실직된 노동자들은 전체 취업률이 회복될 때까지 일정 정도의 도움을 제공받아야 합니다. 부유한 계층에서 이들을 위해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정당합니다.
당국은 지원해야 할 회사를 분별하고 시장이 제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언제든 소규모 사업체는 만들어지고 문을 닫습니다. 소유주들에게 실패는 뼈 아프지만 말이죠. 만약 경기 회복기에 꽃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있다면 새로운 플로리스트는 그 전 사업장이 문을 당은 곳에서 새롭게 창업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국이 플로리스트들에게 무기한으로 돈을 대주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비슷하게도 당국은 대형 항공사나 호텔 체인과 같은 곳에 보조금을 지불해선 안됩니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보조금을 받는 한 과도하게 종업원을 고용하려 할 것입니다. 정부가 일시적 해고자들에게 실업보험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대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립니다. 만약 그들이 너무나 많은 부채를 갖게 돼서 누구도 돈을 빌려줄 수 없다면, 그들은 구조조정을 하고 파산절차를 밟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원체 불리한 조건을 지닌 커뮤니티들(중소도시들), 사업을 재시작할 수 없는 곳들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비슷하게 생존 가능한 회사가 수년간 이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는다면 숙련화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고, 이 공장의 많은 설비들 또한 청산이 돼 없어집니다. 이것은 경제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 것이고 스타트업이라도 그것을 쉽사리 채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공의 지원은 공짜점심이 되어선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우리가 남긴 부채에 대한 보상의 뜻으로 젊은이들에게 투자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공공학교를 다시 열 수 있고, 거리두기에 따라 학습에 필요한 시설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정부의 지출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앞뒤 가리지 않고 지출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