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소조시간에는 나에게 고역이다. 커다란 흙통에다가 흙을 가득만들어야 하고 철사로 인체뼈대를 만들고 허리까지 오는 뺀지로 철사를 잘라야 한다. 나는 학교 cc가 아니기 때문에 오로지 나혼자 다해야 한다. 내친구도 역시나 혼자 다했다. 그렇게 우리둘은 언제나 의지하며 다녔다.
그리고 석고도 뜨고 안에 폴리도 하고 색칠도 하고 아 결국에는 4개월 내내 고생해서 만든 작품은 일주일 전시하고 석고장에 가서 망치에 한대 맞고 포대자루에 담겨진다. 어떠한 예술적인 고뇌로 인한 고민의 흔적은 포대자루에서 보여지지 않는다.
언제나 아름다운 예술의 향연의 고민의 결과는 석고장행이다.
석고비 폴리비 물감비 값이 어마어마하다. 학교에서 어마어마하게 등록금은 내고 학교에서 내려오는 재료비는 언제나 조교실로 가지만 아무도 조교실을 이용하지 않는다. 조교실에서 끊임없이 퍼져나오는 담배연기와 전인권같은 마초스타일의 음악가가 만든 노래만이 흘러나온다. 그노래로 인해 조교실앞을 지나가는 마음여린 여학생들의 마음까지 다 잡아먹는다. 언제나 조교실 앞은 팔이 어깨위로 올라오는 검은색 오토바이가 있다. 그 오토바이연기가 나오는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는 마치 40대 골초 아저씨가 가래 뱉는 소리와 같다. 조교실의 불은 언제나 새벽까지 켜있다. 다음날 아침의 8시가 되면 상경대학생들의 화장 풀 메이크업을 하고 핑크색 곱창을 하고 한쪽 손에는 분홍색 필통안의 삼색 볼펜이 비친다.
인문단대 아이들은 다음날 시험때문인지 종종 걸음으로 조소과를 지나가지만 조교실은 어젯밤 새벽까지 이어진 석고장의 정깨는 소리가 이미 다한듯 조용하가
9시 반
3학년 소조실
석고가 함께 더덕해진 과잠바를 입은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깨끗한 작업실 따윈 없다. 하루라는 시간이 지나면 흙먼지가 가득 쌓이는 책상위다.
이번 조형실기에는 커리어가방에다가 겉은 구슬을 끼고 구슬 사이로 시침핀을 꼽는다. 겉은 구슬처럼 빛나지만 안은 약간 예민한 부분을 표현했다.
과동기한명이 구슬을 끼면서 옆에 앉는다.
야 이거좀 가방 무늬를 넣어봐
나의 한계야안돼 다시해야하잖아
그냥 막 붙인것 같잖아
야 그냥 한 50개만 붙이고 가
40개만 할게
야 동기사랑 나랑 사랑 모르니 100개 해도 모자를판에
그래 50개만 할게
밥은 먹었니?
아니
아 어제 타단대 교양수업 들었는데 우리가 발표인데 우리가 제일 못했어
조소과가 어디가서 발표수업하면 못해 모르니
그렇긴 해
혼자 머리아픈 예술론을 펼치다 친구가 옆자리에 앉아 같이 무한노가다코스인 구슬꿰기론을 같이 해주니 머리아픈게 좀 나아진 것 같다.
그래도 아직 꼽아야 할 실핀이 2460개 정도 더 있는 것 같다.
야 양교수 있잖아 양교수 엄청 짠돌이
가까이 하지만 어제도 돈도 안주고 부려먹고
따라간 2학년들 돈도 다 못받았을걸
내작업실에 앉아 내친구는
아무렇지 않은 대화속에서
나의 마음은 어느덧 안정을 취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