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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통흑인 Sep 15. 2023

나도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학창 시절 나는 대학교만 입학하면 모든 공부가 끝나는 줄만 알았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까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국어, 수학, 과학 등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내용만 충실히 학습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대학에 가고, 나이가 들면서 취업을 하고, 그렇게 어른이 된다고 여겼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이 모든 생각은 나의 착각이라는 걸 알았다. 선배들은 임용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입학부터 조금씩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하였고, 이는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어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또다시 공부라니...


졸업을 하고 학교에 임용이 되어 교직 생활을 이어가던 중 이번에는 대학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내 머릿속을 스쳤고 끝난 줄만 알았던 공부는 다시 시작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은 공부의 연속이었다. 대학원 공부를 마칠 때쯤엔 결혼과 미래설계를 위한 금융교육이 필요했고,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공부를, 아이들이 커가면서 소통을 위한 자녀심리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난 지금도 교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전공 공부를 쉼 없이 이어오고 있고 틈틈이 필요한 공부들을 병행하고 있으며, 여전히 공부할 것이 많다고 몸소 느끼고 있다.


이제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장애인들은 장애로 인해 크고 작은 학습 편차를 가지고 있고, 발달장애인은 학습의 습득 속도가 느려 '느린 학습자'로 칭하기도 한다.

또 신체적, 인지적 기능 제약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이 부족해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장애인 평생교육의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나는 12년의 학교 교육 후 4년의 대학 교육, 5년의 대학원 교육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교육과 배움이 필요하다고 느껴 평생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 역시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쩜 나보다 더 평생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장애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장애로 교육이 중단되어 학력보완교육이 필요한 장애인이 있을 것이고, 취업을 위해 직업능력교육이 필요한 장애인도 있을 것이며, 독립적인 생활을 위하여 시민교육이나 인문교양교육이 필요한 장애인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을 생각한다면 더 다양한 영역에서 평생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느린 학습자를 위한 더 지속적이며 점차적으로 더 깊이 있는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가끔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이 왜 필요한가라는 논제를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난 불필요한 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물리적인 시간이나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 때문에 선택적으로 필요한 평생교육에 참여하지 않을 뿐이지 실상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하물며 장애인들 평생교육의 필요성 더 통감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은 삶의 경험이 부족하고 이는 평생교육으로 그 격차를 줄여줘야 함이 마땅하다고 사료된다.

다 떠나서 애, 비장애를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 인간은 공부와는 뗄 수 없는 본성을 가진 존재로서 '호모 스투디오수스(Homo Studiosus)'라고 하지 않던가.


누구에게 평생교육이 필요한지 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 바로 평생교육인 것이다. 이러한 평생교육은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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