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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Feb 10. 2017

33th_순록 버거 먹어본 사람?

루돌프야 미안

썰매를 1.2km를 타고 내려왔더니 또 올라가고 싶지 않다. 바지랑 패딩이랑 스키복 재질의 방수가 되는 의류를 입었으면 다시 한번 더 타겠는데 청바지에 방수도 안 되는 패딩을 입고 1.2km를 내려오면서 눈을 아주 뒤집어썼더니 살짝 축축한 게 다시 저 위로 올라가서 부들부들 떨고 싶지 않다. 오늘 나름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이었다.

해는 저렇게 뜰랑 말랑 밀당만 하다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썰매장을 나와 교회를 지나 호텔들이 있는 삼거리까지 갔는데 직진인지 좌회전인지 살짝 애매했다. 구글 지도를 꺼낼까 했는데 옆에 있던 승용차에 '움직이는 인포메이션'이라고 적혀있다. 택시 부르듯이 차를 부르니깐 인포메이션이 나에게 찾아온다. 훌륭한 서비스이다.

핀란드의 교회는 대부분 장로교회 라고 한다.

움직이는 인포메이션한테 마트 옆에 있던 진짜 이 동네 인포메이션의 위치와 홀리데이 클럽의 위치를 물어보고 인포메이션을 향해 출발했다.

2시간 전이랑은 또 다른 하늘 빛깔. 이게 제일 밝은거다.

사전에 찾아본 블로그에서 사리셀카 인포메이션에 가면 런치 뷔페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려고 했는데,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검색해보니 폐업이라고 나온다. 이르쿠츠크에서 폐업한 가게에 한번 당한 기억이 났다. 우선 몸이 축축하니 홀리데이 클럽으로 가서 생각하자.

홀리데이 클럽 옆 앵그리버드 액티비티 파크. 입장료가 있어서 안 들어갔다.

홀리데이 클럽에서 와이파이를 잡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데 바로 옆에 식당이 붙어있다. 홀리데이 클럽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비쌀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비싸지 않다.


* 상호 : 라까 Rakka
* 주소 : Saariseläntie 7,99830 Inari, 핀란드
* 영업시간 : 정오 - 저녁 10:30

사리셀카의 명물 카페. 커피는 역시 눈밭에서 호호 불며 마셔야 제맛이다.

순록 버거 세트를 주문하고 잠시 동네 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왔다. 

한 부녀가 카페 밖 테라스에서 대화를 하며 코코아를 마시고 있었다. 이 장면이 너무 멋져 보였다. 

어린 소녀와 아버지가 눈밭에서 단지 코코아를 마시는 건데, 왜 이렇게 낭만적으로 보였을까.

나도 이따가 순록 버거를 먹고 나와서 여기에 좀 앉아 있어야겠다.

순록버거, 아니 루돌프 등장

나중에 결혼해서 딸 낳으면 나도 꼭 해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승합차가 한 대 들어왔다.
그리고선 엘프 아저씨가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뒷자리에서 루돌프 한 마리를 꺼내셨다. 승합차 뒷좌석(짐칸)에서 루돌프가 내리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 루돌프를 담벼락에 올리려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순록을 카페 담벼락에 올리려고 줄을 밀고 당기고 하다가 아저씨 막 넘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먹이로 유인해서 올리셨다.

재미난 구경거리다 하고 보고 있었는데 문득 내가 주문한 음식이 생각났다.

맞다, 나 순록 버거 시켰지. 미안해.

생애 첫 순록버거

두구두구!
나의 생애 첫 순록 버거, 단돈 17유로. 
콜라는 너무 비싸서 패스. 걍 숙소에서 챙겨간 물 마셨다.
순록 버거 검색해보면 질기니 비리니 그러는데 1도 안 질기고 1도 안 비렸다.


창 밖에 있는 순록에게는 미안했지만, 맛있었다 솔직히.


순록 버거를 먹고 순록과 눈을 마주치며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마트로 향했다. 나름 라플란드 최북단 마트라나?

암튼 여기에 오면 사야 하는 게 몇 가지 있다.
바로 라플란드 특산물인 클라우드 베리로 만든 것들!
클라우드 베리는 이름처럼 극지방에서만 자리는 베리 종류라고 한다.
클라우드 베리 잼이랑 젤리랑 롤케이크를 샀다. 무민 캐릭터 껌인지 초콜릿 인지도 샀다. 

클라우드 베리 롤케이크는 나중에 들어와서 먹었는데 진짜 맛있다. 롤케이크 옆에 깜찍하게 핀란드에서 구워진 빵이라고 스티커도 붙어있다.

마트 놀이를 끝내고 나오니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눈썰매에 장 본 물품들을 얹어서 끌고 간다.
'아 저래서 마트 근처에 눈썰매들이 널브러져 있었구나' 싶었다.

다시 홀리데이 클럽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들 다 찍는 이쁜 식당 앞에서 사진 한 컷 나도 찍고 쉬다가 16시 15분에 킬로파로 출발하는 스키버스를 다시 탔다.


저녁 먹고 사우나를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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