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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10. 2018

에필로그 3. 2주간의 여행 뒷 이야기

말할 수 없는 비밀

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영상을 만들곤 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영상 제작은 빠질 수 없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면 감성적이랄까? 약간 정적인 느낌보다는 엑티브한 느낌의 영상이 좋아서 활기차게 만들었었는데, 이번 영상은 도저히 그럴 흥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고선 결국 고른 배경음악이 "See you again"이었다.

"See you again" 배경음악에 맞춰 그녀와 나의 추억이 담긴 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은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유튜브 업로드용으로 새롭게 영상을 하나 만들었다.


https://youtu.be/ohurNtPuHWc

베트남 종주여행 영상 -공개된 버전-

그녀가 가르쳐 준 중국말 중에 "짜이찌엔"은 단순히 "Good bye"가 아니고 "Good bye and See you again"이라고 했다. 그래서 평생 다시는 안 볼 사람한테는 "짜이찌엔"이라 인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둘의 마지막 인사는,

"짜이찌엔"

이었다.


사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두 주인공은 전화번호, 주소 등 아무런 연락수단의 교환 없이 단순하게 1년 후 장소를 약속했고 비포 선셋에서 뭐 결국 만나기는 하지만, 아무튼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러기도 쉽지 않다. 중국이 암만 페이스북을 차단하고 유튜브를 차단한다고 해도 연락은 가능하다.


내 글을 유심히 봤으면 알겠지만 이미 페이스북 친구이다. 위쳇도 깔았다.

각자의 여행이 끝난 이후로 연락이 단절되지 않았다. 살면서 이렇게 영상통화를 자주 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중국으로 이민을 간다면 무얼 해 먹고살아야 할지도 생각해봤다. 둘이 꼭 인연이 아니어도 이보다 더 좋은 영어 선생님은 없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답답한 마음을 주변 친구들과 나누었다. 열에 일곱은 당장 중국으로 가라더라.

근데 나만 이런 게 아니었나 보다. 그녀가 어느 날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날로부터 1년 후인 날에 그리스 아테네의 어느 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만나자며 제안을 해왔다. 알았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보름 정도 지났을까? 이번에는 연락을 하지 말자고 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냉정하고 차가웠다.

이번에도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화를 냈다. 너는 왜 맨날 알았다고, 좋다고만 그러냐고.


그렇게 우리의 연락은 단절되었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니, 평범한 일상 속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시간을 흘렀고 약속한 그 날짜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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