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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하 Jul 25. 2024

동하는 대로

초등학교 시절 절필을 했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절필을 했다.     

 초등학교(솔직히 국민학교였음) 시절 나는 무척이나 책을 좋아했었다. 맨날 친구들에게 책을 빌려다 보던 내가 안쓰러웠던 어머니는 3학년쯤이었지 싶다. 생일날 50권짜리 삼성당 문고를 선물로 사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장발장’ ‘소공자’ ‘소공녀’ ‘프란다스의 개’ 등등. 그해 한 계절은 책을 끼고 살았다. 수십 년을 가지고 있던 그 문고는 10여 년 전 부식이 되어 부서지고 먼지가 나서 어쩔 수 없이 버렸다.      

 

 5학년 때 어찌어찌해서 언론사 글짓기 대회에 나갔고 가작 수상을 하면서 생애 첫 꿈이란 걸 가지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서(당시로는 대단한 용기였다) 특활시간을 문예반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벌여 5학년 반 학기 동안 원고지 두권 분량의 다양한 장르의 창작물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 창작물을 없앤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날 특활시간 교실의 냄새와 습도, 앉았던 자리까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당시 선생님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과제는 A4 갱지에 시를 쓰고 걸맞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세세한 시구절은 기억을 못 하겠다. 바다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에 관한 시와 그림이었다. 문예반 선생님께서 책상 복도를 오가시면서 꼬맹이 작가 지망생들의 의도도 물어보시고 지도도 해주셨다.

    

 특활시간이 거의 끝나갈 즈음, 내 자리에 오셔서는 잠깐이었겠지만 한참을 보시다가 한마디를 하셨다. “어디서 본 시 같은데? 베꼈니?” 이내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고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교실 밖으로 사라지셨다. 문예반 특활시간도 그날 종소리와 함께 '땡' 쳤고 원고지 두 권 분량의 귀한 창작물도 그렇게 사라졌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는데 뭔가 재미와 텐션이 필요하단 생각에 메모 수준의 글을 정리해서 작가의 서랍에 저장, 신청을 했고 운 좋게 한방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인생 2.5 또는 3막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주된 일자리 퇴직 당시의 '더 이상 일하지 않을 결심'을 깨고 실무 매니저로 다시 일을 시작했던 사회적 기업을 퇴사했다.


 사회적기업에서 일했던 지난 5년 여의 기간은 제2의 학습과 성장의 시간이었다. 퇴직 당시의 “다시는 일 하지 않겠다.”는 굳센 다짐이 부서진 계기와 일을 통해 현장에서 만났던 동년배의 퇴직 중장년 한 분 한 분의 서사들, 소셜미션을 앞에 두고 자동으로 오와 열을 맞추어 진정성을 무기로 함께 일했던 분들과의 시간 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나누고자 한다. 더불어 아직도 진행 중인 나의 2막의 여정을 이야기에 버무려 보려 한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의무감 보다는 재미를 앞에 두고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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