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스피드>(문학동네, 2018)
소설가 김봉곤의 소설집 <여름, 스피드>(문학동네, 2018)는 퀴어 문학이다. 여기서 말하는 퀴어란,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단어다. 2018년 한국 문학에서 중요 흐름 중 하나 역시 퀴어 서사의 증가였다. 2016년 중편 소설 ‘Auto’로 등단한 김봉곤은 퀴어 당사자성을 내세우며 주목받았다. 경향신문 인터뷰 ‘무거움 덜어낸 퀴어 소설가 김봉곤 박상영 대담’에서 그는 “그동안 성소수자들이 소외되고 얼마나 처량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면, 지금 세대의 퀴어 소설은 비장함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라며 “웃으면서 퀴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 무게감을 덜어내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라고 답했다. 그의 이야기에서 주목할만 한 부분은 ‘소외’와 ‘처량한 삶’에서 ‘덜어낸 무게감’과 ‘퀴어의 자율성’으로 이행에 있다.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그를 퀴어 문학의 선두자로 바라볼 게 아니라 ‘김봉곤 문학’은 어떤 것인가다.
<여름, 스피드>는 데뷔작 중편 ‘Auto’을 시작으로 단편 ‘컬리지 포크’, ‘여름, 스피드’, ‘디스코 멜랑콜리아’, ‘라스트 러브 송’, ‘밝은 방’ 총 6편의 소설로 구성된다.
김봉곤의 소설집에서 살펴 본 전체적인 키워드는 ‘사랑’, ‘이별’, ‘기억’, ‘후회’, ‘연민’, ‘새로운 만남과 삶’이다. 인물들은 성소자로서의 삶에서 과거 기억에 빠져 매몰되어간다. 바로 동성간의 사랑이다. 영화 연출부 주인공은 “사실 나는 언젠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p.61)라며 “나는 좋은 걸 가지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그건 내 것이 아니라고.”(p.61, 여름 스피드)라고 말한다. 옛사랑을 추억하고 아파하는 공간은 있어도 모든 걸 털어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작가 김봉곤은 ‘데이팅 앱’이라는 소설적 장치를 만들어 낸다. 성소수자로 사는 인물들의 소통구다. “진짜 너무너무 …… 하나 같이 박색에다 하나같이 볼품없다.”(p.14, 컬리지 포크)라는 ‘비웃음’부터 “데이팅 앱에서 당신의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이 수시로 나의 프로필에 드나들었을 때”(p.107, 디스코 멜랑콜리아)라는 ‘만남’까지 다양하게 소설에서 다뤄지고 있다.
주인공이 또 다른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김봉곤 문학에서 봐야할 일부분 중 하나다. 등장 인물들은 다른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필요로 한다. 성소수자(LGBT)포럼에서 문학 파트 발제를 맡기로 한 주인공은 “타인의 삶을 천천히 음미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과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p.142)라며 “누군가를 한입 가득 집어멀고 게걸스럽게 해치우는 짓은 그만하고 싶었다.”(p.142, 라스트 러브 송)라고 답한다. 그걸 시작으로 자신을 보며, 인간으로서 ‘자기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의 문학에서 정체성은 빼놓지 말아야할 파트다.
김봉곤 문학의 흥미로운 지점은 ‘주인공의 외침’이다. ‘샤우팅’, ‘고함’으로 파생되며,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Auto’, ‘컬리지 포크’, ‘여름, 스피드’, ‘디스코 멜랑콜리아’, ‘라스트 러브 송’, ‘밝은 방’ 총 6편의 소설에서 인물들이 큰 소리로 내지르는 행위는 사랑, 후회, 이별, 죄책감, 연민 같은 상황과 감정에서 다르게 변주 된다. 그 순간, 앞뒤 서설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퀴어 문학의 선구자가 아닌 ‘김봉곤 문학’으로 불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