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바라본 자본주의’

<혁명의 시대>(한길사, 1998)

by readNwritwo

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발전과정 가운데 그것이 압도적으로 승리하게 된 시기를 ‘장기 19세기’로 규정한 다음, 다시 그것을 세 단계(즉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로 구분한다. <혁명의 시대>에서는 그 가운데서도 산업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승리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1789년부터 1848년까지의 첫 번째 시기를 다루고 있다.

홉스봄은 이 책에서 첫째, 산업자본주의의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으며 둘째, 그 결과 세계는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했지만, 그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에 이르는 이 시기는 자본주의가 시작된 시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승리한 시기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7세기의 일반적 위기론에서 밝힌 것처럼. 18세기 유럽은 이미 자본주의적 요소가 내제하고 있었으며, 바로 그러한 사실이 자본주의가 다른 지역이 아니라 어째서 유럽 영국에서 특히 압도적으로 승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장기 19세기의 첫 번째 국면에서 설명되어야 할 것은 자본주의의 존재나 시작 여부가 아니라, 왜 이 시기에 와서 비로소 자본주의의 승리가 가능하게 되었는지였다.

홉스봄에 따르면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이중혁명이었다. 이중혁명이란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을 지칭하는데, 영국의 산업혁명이 자본주의 경제를 낳았다면 프랑스 대혁명은 자본주의 정치를 낳았다. 두 혁명의 경과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홉스봄은 두 혁명이 서로 별개의 혁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경제를 규정하는 통합적인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두 혁명은 각각 영국과 프랑스에서 나타났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경제의 전형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사적이고 보편적인 혁명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홉스의 이러한 논지는 보편주의적, 혹은 목적론적 역사 해석이 되기에는 너무도 많은 유보 조항을 허용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은 프랑스와 같은 정치혁명을 경험하지 못했으며, 프랑스는 정치혁명에도 불구하고 산업자본주의가 그에 걸맞게 발전하지 못했다. 또한 프로이센은 정치혁명이 부재한 가운데 절대주의하에서 산업혁명을 달성한 바 있다. 이러한 형태의 여러 변종들은 홉스봄이 제시한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규정하는 이중혁명의 이론적 중요성을 상당 부분 침식하고 있다.

물론 홉스봄은 이와 같은 역사적 현실을 다룸에 있어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즉 이중혁명은 혁명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본주의 사회들이라면 경향적으로 경험해야만 될 사회적 변화의 기본 모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에서 홉스봄이 강조한 이중혁명의 중요성은 하나의 경향성 정도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p.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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