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날은 2014년 8월 1일이다. 자의가 아닌 타의였다. 평일에 영어 조교 일을 하느라 주말밖에 시간이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입문자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서 한 강사는 블로그를 만들어 보라고 수강생에게 추천했다. 그녀는 파워 블로그 경험담을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우리들에게 늘어놨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을 열렬하게 좋아하는 덕질 스토리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어떤 광기를 느끼고 “정말 좋아하면 저런 게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 상황은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어 강사를 목표로 3년 정도 공부하고 있을 무렵 공허함에 사로 잡혔다. 온전히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렸는지 모른다. 블로그 만들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횟수는 한 달에 5개 정도였다. 수업 종강을 했지만 내가 글쓰기와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순 호기심으로 천천히 그 세상에 발을 들여놨다. 쓰기와 읽기의 세계라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필력과 독해력이 전혀 갖춰 있지 않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쓰기와 읽기의 다양한 방식을 경험하며 나에게 있지 않은 두 가지 ‘力’을 조금이나마 느껴보자는 마음으로 미친 몰입의 시간을 보냈다. 차마 부끄러운 말이지만 노력이라는 걸 했다.
남들이 생각하면 “알아주지도 않는데 잘 할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뭣 때문에 그렇게 무식하게 하냐?”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실천한 방법은 무모했다. ‘책 한 권을 읽고 A4 용지 20-30페이지 발췌하기’, ‘좋은 강의를 듣고 오면 밤새 녹취록 정리하기’, ‘연합뉴스 핫 뉴스 기사 주술호응 해체하기’, ‘칼럼 키워드 분석하며 중복 단어 찾기’, ‘필사와 작문으로 악습관 고치기’, ‘영화 GV 녹취 정리하며 배경지식과 안목 쌓기’, ‘문학 논제 잘 만들기 위해 소설 강의 듣기’ …. 나는 4년 4개월간 재능도 없는 글쓰기를 하고 싶어 견디며 블로그에 계속해서 기록했다. 기록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내가 놀란 한 가지는 ‘관심사의 변화’였다. 인간의 뇌가 학습하며 변화하는 것처럼.
글과 기록, 그리고 시간이 서로 엉켜가면서 나에게 좋아하는 것이 생겼다. 영화, 소설, 비평의 세계였다. 앞으로 시간이 걸릴 게 눈에 선하지만 내가 입으로 내뱉은 이것을 하기 전까지 포기할 마음이 없다. 글쓰기로 채워진 1,008개, 98개의 운동 일지, 842개의 발췌, 152개의 한국어 문법. 뒤이어 올 6년이라는 시간도 이런 방식으로 견뎌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