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이 생각하는 영화란?’

<스탠리 큐브릭 : 장르의 재발명>(마음산책, 2014)

by readNwritwo

영화는 부서진 조각과 파편들 같은 거라, 영화를 만들다 보면 영화를 만드는 주요 목표를 놓치기 쉬워요. 거기서 잘못된 길에 들어서는 거죠. 어떤 주제가 어째서 나한테 그런 충격을 가하는지는 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겠어요.

(중략)

기억나는 영화는 딱히 없어요. 하지만 내게 힘이 된 건 잘 만든 영화들보다는 못 만든 영화들이었어요. “영화를 만들기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지만, 어떻게 하면 이 영화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지는 알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고는 여기저기서 돈을 모아 내 첫 영화를 만들었죠. 대단히 잘 만든 영화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영화를 만든 덕에 두 번째 영화를 만들기에 충분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어요. 그 영화는 전보다 조금 더 나았다고 그런 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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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릭은 영화 작업을 위해 <룩>을 그만뒀다. 영화가 완성되자 그는 일자리 제의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신세로 돌아가, 공원에서 동전푼을 걸고 체스를 두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 안 있어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돈을 벌지는 못할 거고 그에게 들어올 영화 일도 없을 거라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장편 영화를 만드는 데 지출되는 수백만 달러에 대해 생각해본 후, 그는 직접 장편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내가 매주 보고 있는 영화들보다 더 형편없는 영화를 만들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큐브릭은 사실상 무급으로 연기를 하려는 배우들이 있을 거라고 가정하면서, 그리고 그 자신이 모든 스태프의 일을 다 해낼 수 있을 거라고 가정하면서 1만 달러정도면 장편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추산했다.

(중략)

조금도 좌절하지 않은 큐브릭은 그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돈을 모을 바탕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어쨌든 그게 아니면 생계를 꾸릴 방법이 분명치 않았다.(p.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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