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언어'와 '도구의 언어'

<고종석의 문장>(알마, 2013)

by readNwritwo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의 사물의 언어와 도구의 언어

그는 언어에 두 종류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물의 언어’와 ‘도구의 언어’.

사물의 언어라는 건 그야말로 사물 그 자체인 언어입니다. 아무런 목적이 없는 언어. 굳이 목적이 있다면 자기만족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글이 사물의 언어입니다. 사르트르는 대표적인 사물의 언어로 시를 꼽았습니다. 그는 평생 시를 쓰지 않았고 시인들을 깔보고 시를 아주 경멸했습니다.

반면에 도구의 언어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언어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럼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의지를 담은 언어. 이 도구의 언어가 산문입니다. 산문이라는 건 소설이나 에세이나 정치 팸플릿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사르트르는 평생 도구의 언어는 썼지만 사물의 언어, 시는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단호하게 시는 소설보다 차라리 음악이나 회화나 조각에 더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를테면, 시는 소설과 아주 먼 글이다. 시는 소설보다 무용에 더 가깝다. 시라는 것은 그저 자족적인 사물 자체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시를 경명했습니다.(p.27-28)

-구분법 때문에 비판 받은 장폴 사르트르

사르트르라가 워낙 유명해서 그 사람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했던 것뿐이지. 시는 사물의 언어고 산문은 도구의 언어여서 산문으로써만 현실참여가 가능하다는 사르트르의 주장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해도 좀 허황하지 않아요? 이 양반이 고집이 세서 평생 자기주장을 안 접다가 만년에 들어서야 “내가 젊은 시절에 말을 잘못한 것 같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반성합니다.

아무튼 사르트르는 언어를 이렇게 사물의 언어와 도구의 언어로 나눴습니다. 사르트르가 말한 도구의 언어란 그러니까 조지 오웰이 말한 정치적 목적의 글쓰기와 얼추 포개지는 것입니다.(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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