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 장르의 재발명>(마음산책, 2014)
큐브릭이 영화의 소재를 어떻게 선택했는지 설명하면서 말했다. 나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쓴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만든 영화는 모두 책을 읽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진 그 책들의 경우, 처음 읽었을 때 거의 늘 이런 느낌을 받고는 했습니다. “환상적인 이야기인걸. 이걸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떤 책이 지나치게 확실한 물건처럼 보이면 나는 늘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마음이 너무 쉽게 자리를 잡으면서 그걸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이해가 되는 건, 보통은 그 책이 다른 작품들하고 너무 비슷하다는 뜻이니까요.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겁니다. 그게 제작비를 구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편집하는 등의 그 무슨 일 보다도 더 힘든 일이죠. 지난 영화 세 편을 작업하는 데 각각 5년씩 걸린 건 작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찾아내는 게 굉장히 힘들었기 때문이었어요.
베트남전영화를 만들겠다고 이 영화에 착수한 게 아닙니다. 나는 그런 식으로 작업하지 않습니다. 영화로 만드는 데 적합한 좋은 스토리는 대단히 드물어요. 소재는 부차적인 문제죠. 나는 그냥 책들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스토리를 찾을 때, 하루에 평균 다섯 시간 정도 책을 읽어요. 뉴스러테에 실린 추천을 바탕으로 읽기도 하고 무작위로 읽기도 하죠.
5년쯤 전에 소설 <말년 병사들>을 우연히 읽게 됐습니다. 처음 페이지를 읽자마자 독창성이 있는 비범한 작품이라는 게 명확해졌죠. 책을 다 읽고는 생각했어요. 이걸 필름에 담아내는 게 가능하다면 이 소설을 뛰어난 영화로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요.(p.308-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