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에 반대한다>(이후, 2002)
오늘날은 그런 시기, 대부분의 해석 작업이 반동 해위에다 숨통을 조이는 행위가 되고 만 그런 시기다. 도시의 공기를 더럽히는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처럼, 예술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뱉어놓은 말들은 우리의 감성에 해독을 끼친다. 정력과 감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지식인의 존재가 이미 해묵은 딜레마가 되어버린 문화권에서,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에 가하는 복수다.
아니, 그 이상이다. 해석은 지식인이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 해석한다는 것은 ‘의미’라는 그림자 세계를 세우기 위해 세계를 무력화시키고 고갈시키는 짓이다. 이는 세계를 이 세계로 번역하는 것이다(‘이 세계’라니! 다른 세계가 있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세계, 우리가 사는 세계는 충분히 고갈됐고, 충분히 허약해져 있다. 세계를 복제하는 짓 따위는 집어치워라. 우리가 가진 것을 또 다시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을 때까지.(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