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파묵은 <작가의 일상>이라는 글에서 “하루에 몇 장을 쓸까? 나는 계산해 보았다. 나는 이십년 동안 글을 써 왔다. 그동안 내가 쓴 글의 페이지 수를 더하고 나누고 곱해 보았다. 사실 최근에는 해외에 나갈 일을 비롯해 새로운 일이 많이 생겼다. 그렇더라도 내 계산에 의하면 일 년에 거의 300일 정도 글을 쓰고 그 분량은 대략 170~180장 정도이다. 그러니까 나는 하루에 0.75장을 쓴다. 하루에 한 장도 채 못 쓰지만, 나의 하루 전부가 이 한 장도 안 되는 종이 앞에서 지나간다.”라며 작가로서의 치밀한 일상과 계회적인 집필 습관을 밝힌바 있다.”(p.25)
세계 문학계의 거장 반열에 오른 오르한 파묵이 직접 이야기한 글쓰기론이다. 그는 20년 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4년 정도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 ‘쓰고 있다’와 ‘배우고 있다’라는 게 그와 나의 다른 점이다. 그에게 비하면 5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배움에서 쓰기로 넘아가야 한다는 게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다. 기복이 심한 나에게 이런 변화는 가장 절실하다. 그의 글쓰기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1년에 300일정도 글을 쓴다. 하루 분량은 0.75장이다. 원고지로 계산하면 8~9장이다. 4년 간 써온 나의 글쓰기 과정을 보면 이렇다. 495일(1년 3개월) 매일 해 왔으며, 나머지는 기분 내키는 대로 이어나갔다. 너무도 확연한 차이였다. 오르한 파묵처럼 해야 작가가 될 수 있다. 아니, 이렇게 지속할 수 없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낫다. 프리랜서로 시간의 자유를 얻었음에도 감정과 행동을 컨트롤 하지 못했다. 하루 원고지 8장 분량의 글을 써내지 못한다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나의 하루 전부가 이 한 장정도 안되는 종이 앞에서 지나간다.”라는 파묵의 문장은 올해 가장 나를 괴롭히는 질문 중 하나다. 앞으로 계속해서 글을 쓴다면 평생 따라다닐 물음일 것이다. 나의 기분이 요즘 우울한 이유는 한 장정도 안되는 글쓰기 분량을 채우지 못하고 하루하루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가 고민한 문제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조금씩 써내려간 문장은 한 편의 글로 완성됐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작은 기적을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