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말>(마음산책, 2015)
수전 손택 - 세상만사 다 치사한 쥐새끼들의 경쟁이라고 생각해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라면 사양이에요. 저도 물론 치사한 경쟁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제 노력의 일부는 그간 해온 일들을 무너뜨리거나 다른 일을 하려고 시도하는 데 들어가고 있다고요. 한 가지 가 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그건 하고 싶지 않거든요.
70년대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다는 착각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다들 프리랜서로서 일하는 자신으로 돌아가게 마련이죠. 하지만 저는 제 생각이 바뀐 것 같지는 않아요. 60년대 내내 저는 그 운동과 히피들과 다양한 정치적 사안에서 저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빛나는 사고력의 소유자들이 보여주는 반지성주의에 경악했거든요. 그들이 얼마나 반지성적인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아직도 사람들은 굉장히 반지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너선 콧 - 60년대 작가이자 운동가였던 풀 굿맨(1911-1972, 미국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는데 학생들이 “대학을 모조리 무너뜨리자!”라고 말하고 다녔던 생각이 나네요. 그래서, 안 됩니다, 여기에는 근사한 것들이 있어요. 우리는 이곳의 자원을 이용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더니 자기를 늙은 꼰대로 보더라고요. 선생님도 굿맨과 같은 생각이셨던 모양이군요.
수전 손택 - 당연하죠.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그 공격들 말이에요. 프로페셔널리즘을 빼고 나면 우리한테 뭐가 남겠어요? 제 말은, 우리가 하는 일을 잘하려고 애쓰고 또 진지하고 만족스러운 작업의 가능성들을 확장하려는 건데요.
조너선 콧 - 전에 누가 해준 얘긴데, 예전에는 선생님께서 책을 하루에 한 권씩 읽으셨다고요.
수전 손택 - 엄청난 양을 읽었는데, 상당 부분은 무념무상으로 읽었죠. 전 사람들이 TV를 보듯이 책 읽기를 즐겨요. 읽다가 잠들기도 하고요. 우울할 때 책을 한 권 집어 들면 기분이 좋아져요.(p.62-63)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