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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 Jun 26. 2020

‘진실에 다다른 문학이란?’-1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

인식의 도구인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끝’이라고 할 만한 지점은 사실 없습니다. 그저 사건이나 느낌에 대해 언제까지고 써내려갈 뿐입니다. 순간의 인상이나 찰나의 생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매번 다른 언어로 표현됩니다. 글의 정확성과 참신성은 글 쓰는 이의 관점이나 서술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개 작가는 그 자신만의 독특한 서술방법을 찾아내고자 애씁니다. 자신의 진실한 감정과 통하는 고유한 길을 발견해나가는 거죠.
 
소설은 특정한 격식을 따를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작법추구가 감정을 더욱 절실히 담아내기 위한 노력과는 무관하거나, 문학 형식에 대한 탐색이 진실추구라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떤 새로운 문학형식도 무의미할 뿐입니다. 증언이나 보도, 전기, 자서전, 회고록, 일기, 메모 등을 토대로 소설을 쓰고자 할 때, 작가는 반드시 진실에 다다를 수 있는 고유한 길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문학이 진실에 다다르는 것은 대개 감성적인 체험 안에서 가능합니다. 작가는 경험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되, 상상을 통해 그 구체적인 느낌을 다시 살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좌표로 삼아,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건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어떤 허구의 이야기라도 구체적인 감성체험에서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동안에도, 중간 중간 실제 체험으로 돌아와야만 상상이 멋대로 흐르지 않게 됩니다.(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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