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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짠나의일기 Jan 12. 2017

우리집

내 하루의 시간 중 절반 이상을 보내는 곳은 직장과 집이다. 비록 집에서의 대부분 시간은 잠자는 시간이지만… 사실 혼자 자취할 때는 집에 대한 생각이 많지 않았다. 늘 밥도 바깥에서 먹거나, 배달 음식을 먹었고 주말에는 무조건 약속을 잡았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집은, 보일러가 잘 나오는 곳. 화장실이 불편하지 않는 곳. 뜨거운 물만 잘 나오면 그 집은 나에게 충분했다.

그런데 결혼 후 집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옷을 대하는 자세와 집을 대하는 자세가 비슷해졌다. 사실 옷의 기능은 단순하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능만 잘 한다면, 옷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나는 옷을 고를 때 기본적인 기능만큼 디자인과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쩔 때는 기본적인 기능보다 부수적인 기능이 더 우위에 있을 때도 있다. 이쁘면 끝. 그리고 그 관심이 이제 옷에서 집으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 집은 깔끔하고, 아늑하고, 예쁜 집이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상쾌하고, 퇴근 후 저녁에 들어오면 아늑한 공간 이면 좋겠다. 저녁에는 등 하나로 책을 읽고 싶게 만들고, 주말에는 조용한 음악 하나로 까페처럼 활용될 수 있는 그런 집. 집에서도 나의 스타일이 보여졌으면 했다.

결혼 전, 드레스다 사진이다 너무 공부할 것이 많다 보니 실제 내가 살 집에 대한 고민은 많이 부족했다. 가구를 고를 때도 유명하다는 가구점에 가서 한 번에 모두 구매를 했다. 사 놓고 보니 색이 맞지 않는 가구들도 있었고, 소재가 맘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첫 신혼집 이니까, 경험 삼아 이것저것 도전하며 살고 있다. 물건을 잘 구매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구매도 물론 중요하지만, 구매했던 경험들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이쁠 줄 알고 샀던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갈 곳이 없고, 깔끔해서 산 다용도 수납 박스는 사이즈가 맞지 않고.. 이런 일들은 대부분 경험이 있어야만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나도 점점 물건을 구매하기전에, 우리 집에 둘 공간이 있는지, 옷장의 사이즈와 수납함이 맞는 지 등을 체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신중함’이 생겼다.

우리 집에는 이것저것 서툰 것도 많고,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어느 것 하나 내 손을 거쳐가지 않은 물건들이 없다. 누군가가 보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주방 행주 걸이, 옷장 위 라탄 박스, 옥탑의 옷 정리 박스, 화장대 등등 내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것들이 예뻐 보인다. 적어도 나에게는


사실, 얼마 전 친구가 집을 이사하면서 집 전체를 리모델링 했었다. 리모델링 업체와 진행해서 그런지 소위 말하는 북유럽스타일의 집 이였다. 간접 조명도 달고, 포인트 벽지도 하고 누가 봐도 세련된 집 이였다. 그 집에 비해 우리 집은 너무나 평범해서 나도 모르게 그 친구가 부러웠었던 것 같다.


시간만 나면 인테리어 사진을 찾아보며 “나중에 이사가면…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술 취한 서방이 나에게 말했다.

 “자기는 우리 집이 정말 맘에 안 드나봐…”

순간 그 말을 듣는데 뜨끔하고 미안했다.

나도 괜히 모르게, “쳇” 하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많이 미안했다. 분명 처음 신혼집을 꾸밀 때에는 많이 들떴고, 함께 기뻐했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샀던 가구와, 소품들이 빛이 바래도 소중하게, 예쁘게 사용 해야겠다. 분명 새 것은 세련됐고, 감각적이지만 오래된 것은 투박하지만 따뜻함이 묻어 있다. 적어도 이사 가기 전까지는, 나와 함께하는 우리 집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껴가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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