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적 우리 가족은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 당시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회사 일 하느라 집안일 챙기랴 분명히 바쁘셨을 테다. 그럼에도 전국 방방곡곡을 정말 열심히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산, 바다, 계곡 구석구석을 다니며 콘도, 리조트, 각종 숙소들, 결국에는 작은 텐트까지 섭렵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그 기억들이.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이.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자양분이 된 것은 분명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전국도로지도책이 좋았다. 옆에서 운전하는 아빠를 대신해 길을 봐드리고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그 성취감이 이 책을 좋아하는데 한몫했던 것 같다. 도로 번호를 보고 길을 찾느라 펼쳤다가 접었다가 다시 펼쳤다가 하느라 책이 너덜너덜해질 지경이었다. 이 또한 재미난 추억이 되었다.
여행에는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 어린 시절 여행은 그리 화려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았지만 그 순간들은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이 순간들, 추억할 거리가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다. 어린 날의 기억이 아무것도 없다면 지나가 버린 그 순간이 얼마나 허무하게 느껴질까. 그래서 어릴 적 가족 여행은 중요하다.
몸과 마음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들고, 시간을 함께 하지 않으니 대화할 거리가 없어졌다. 여행을 함께 했다면 이야기를 함께 했을 테고, 이야기를 함께 했다면 함께 할 시간이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요즘 들어 행복이란 무엇인지 종종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행복한지 물었고. 돌아오는 답은 '글쎄 잘 모르겠는데...'였다. 행복이 뭘까, 다시 물으면 뿌연 안갯속에 머무르는 듯이 막막할 뿐이었다.
이럴 때 어릴 적 가족 여행을 떠올린다. 여행으로 꾸며진 나만의 소중한 이야기를.
시골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