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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세 Feb 07. 2024

명상록

1.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끊임없는 고뇌와 사색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이 책이다. 남에게 보이려고 쓴 글이 아니라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살피고 깨우쳐 올바른 길을 찾아내고자 기록한 글들인데, 고전에 속하는 책이지만 현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용기와 복잡한 머리를 비우게 만들어준 책이다.



2. 나의 영혼이여, 자신을 너무 학대하고 있지는 않는가. 그러다 보면 자신을 존중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사람의 생애는 영원하지 않다. 그마저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영혼에 당신의 행복을 맡겨 놓고 있다.



3.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모든 사물을 파악하려 들거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하의 일까지 참견하는 사람, 쓸데없이 이웃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려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기 내면의 성스러운 이성을 섬기고 따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성을 섬기고 따른다는 것은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분별없이 행동하지 않고 신이 나 인간이 하는 일에 대하여 불만을 품지 않으며 마음을 깨끗하게 갖는 것이다.



4. 어떤 사람이든 과거나 미래를 잃어버릴 수 없다. 가지고 있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잃어버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다음 두 가지를 늘 기억해야 한다.


첫째, 만물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언제나 같은 형태로 순환했으므로 인간이 동일한 사물을 1 백 년 또는 2백 년 동안, 아니 무한히 긴 세월 동안 본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둘째, 가장 오래 산 사람이나 태어나자마자 죽은 사람이나 잃는 것은 결국 같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며, 어느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잃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현재만이, 인간이 잃는 유일한 것이다.



5. 죽은 후의 명성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신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이 곧 죽게 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사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떠한 명성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전해지다가 마침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설령 당신을 기억해 줄 사람들이 영원히 죽지 않고 그들의 기억 역시 영원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도대체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칭찬이 죽은 사람에게 무슨 가치가 있으며, 산 사람에게 또한 무슨 소용이 있는가? 만약 후세 사람들의 평판에 매달리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자연이 베푼 선물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6. 누구에게나 뜻밖의 일이 닥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똑같이 그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불행으로 여기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행운일 수 있다. 그 사람의 본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을 불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본성의 의지에 따르며 자연에 어긋나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자연의 본성에 어긋나지 않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자연의 본성을 알고 있지 않은가.



7.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 공정하고, 관대하고, 절제하고, 신중하고, 진실하고, 자존심 있고, 독립적인 인간의 본성을 유지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가? 번뇌에 시달릴 때마다 반드시 기억하라. ‘이것은 불행이 아니다. 이것을 잘 견디어 내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8. 극장의 서커스나 그런 오락 장소의 공연이 매번 똑같은 탓에 관객은 싫증 내고 따분해한다. 인생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위로나 아래로나 모든 것이 늘 똑같고, 같은 원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럴 것인가?



9.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변화 없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자연의 본성이 변화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을까? 보편적인 본성에 대해 보다 적절한 것은 무엇인가? 땔나무가 변하지 않는다면 더운물로 목욕할 수 있겠는가? 음식물이 변하지 않는다면 영양을 섭취할 수 있겠는가? 변화 없이 어떤 유용한 일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당신 자신의 변화도 똑같은 이치이고 자연의 필연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10. 육체를 뒤집어 살펴보라. 그것이 늙었을 때는 어떻게 되고 병이 나면 어떻게 되며 숨을 거둔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확인하라. 칭찬하는 사람도 칭찬받는 사람도, 기억하는 사람도 기억되는 사람도 모든 순간의 삶을 살 뿐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한구석은 얼마나 좁은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서로 다투며 괴롭힌다. 지구 전체라 해도 우주에 비하면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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