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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세 Feb 11. 2024

냉정한 이타주의자

1. 한 남성은 아프리카 시골 아낙들이 물을 길으러 수킬로미터 힘겹게 걸어왔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펌프 주변에 물을 길으지 못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 남성은 우연히 한 박람회에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빙글빙글 돌리면서 노는 회전 놀이기구인 뺑뺑이와 펌프 기능을 결합시켜 아이들이 기구를 돌릴 때 발생하는 회전력으로 지하수를 물탱크까지 끌어올리는 원리의 플레이펌프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2. “아프리카 아이들은 할 일이 거의 없어요. 놀이터에 이렇다 할 놀이기도 없고 책도 부족한 형편이죠. 그런데 물을 긷는 건 어느 집에서나 큰 문제거든요. 이만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는 즉시 이 펌프를 출시하고 대규모 지원을 받았다. 약 1800대를 아프리카에 설치했다.



3. 하지만 그 누구도 플레이펌프의 실질적인 효과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뺑뺑이는 가속도만 붙으면 저절로 돌아가는 놀이기구다. 아이들이 신나게 타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물을 끌어올리는 동력을 공급하려고 쉴 새 없이 힘을 가해 돌리면 아이들은 금세 지치고 만다. 다치거나 구토 증세를 보인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펌프를 타고 놀도록 돈을 준 마을도 있다. 결국 뺑뺑이를 돌리는 건 여자들의 몫이 되었다. 성인 여성들에게는 전혀 즐겁지 않은 놀이고 목욕적인 ‘일거리’ 일 따름이다.



4. 아이들이 행복한 얼굴로 즐겁게 놀고 있을 뿐인데도 마을에는 깨끗한 물이 공급된다는 발상에만 도취된 것이다. 여러 지원금을 내놓은 기업, 사람들은 납득할만한 분명한 증거가 있어서라기보다 혁신적인 기술에 매료돼 지원한 거였다.



5.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돕는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지, 선의가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부작용 없이 최대한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다.



6. 따뜻한 가슴에 차가운 머리를 결합시켜야, 다시 말해 이타적 행위에 데이터와 이성을 적용할 때라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7. 효율적인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질문. 즉 “어떻게 하면 남을 도울 때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이 질문이야 말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효율적인 이타주의의 핵심적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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