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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세 Feb 13. 2024

상처받을 용기

1. 회사 후배가 임원한테 보고한 중요한 자료에서 수치를 잘못 입력하여 임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고 낙심하며 밥을 먹으러 안 가겠단다. 그래서 선배로서 쌍욕을 퍼부어주었다. 이미 잘못한 거를 어떻게 돌이킬 수 있냐. 잘못을 했으면 수정하고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면 되지. 그깟 실수한 거 몇 시간 뒤면 임원은 생각도 안 할 거다. 그 작은 실수와 너를 동일시하게 생각하지 마라. 등등 글로는 순화했지만 얼굴에 쌍욕을 퍼부었다.



2. 감정을 나타내는 영어단어인 이모션(emotion)은 라틴어’move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는 ‘움직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emotion에서도 ‘e’를 빼면 ‘motion’. 즉 움직인다는 뜻이 된다. 이처럼 감정은 한 곳에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화를 가슴속에 묻어두지 말고 계속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3. 가끔 보면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를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할뿐더러, 특별한 친분이 없는 사람이라면 나를 공격하는 데 더더욱 거리낌이 없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며, 내가 더 잘 살아가는 데 관심을 가지고 나를 지켜본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또한 쉽게 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4.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스트레스에 약해진다. 나를 무한으로 이해해 주는 부모와는 멀어지고, 반면 낯선 사람들과의 부대낌은 더욱 잦아지는 것. 적들은 점점 쳐들어오는데 성벽에는 점차 금이 가고 있는 형상과도 같다. 성벽의 틈을 메꾸기 위한 보수공사가 필요하다. 나에게 있어 벌어진 금을 메울 수 있는 진흑이란 누군가 날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비난과 스트레스에 무너지느냐 아니면 견뎌내느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 누구도 내게 질 좋은 진흙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큰일이다.



5.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니 돌아가야만 한다. 항상 가족들이 우선되어야 하고 직장에서도 나를 드러내지 않으며 살아야 하지만, 내가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있기에 가족도 있고 직장도 있는 것이다. 나 하나 없어져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간다. 마치 나라는 사람이 있기나 했냐는 듯이, 어차피 사라지면 잊히는 게 운명이라면 인생 한번 내 중심으로 살아보는 게 맞다.



6.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고 여행이나 떠나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떠한 좋은 상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중심으로 나의 생각과 느낌을 중심으로 살아가자는 얘기다. 점심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이거 먹으러 가자고도 해보고, 혼자 밥도 먹어보고 카페에서 책도 읽어보고 밤에 동네 한 바퀴 거닐어보자. 무슨 생각이 나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경험해 보자 그것이 자존이다.



7. 기본적으로 큰 결함이 없더라도 사람들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욕을 먹을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비난이라는 건 마치 우리가 마시는 공기처럼 보편적이고 많은 인간들이 뒤섞이는 곳에서 비난은 피할 수 없으며 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것이 내 됨됨이를 지적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8. 내가 완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남을 비난하듯이, 그 누군가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비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설령 누군가 나에게 비난을 퍼붓더라도 휩쓸릴 필요가 없다. 역시나 불완전한 사람인 상대방의 비난을 100% 신뢰할 필요가 없으며, 그가 나를 보고 못났다고 한다고 해서 내가 정말 못난 사람이라고 동의해서도 안된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만 신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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