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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주언니 Dec 01. 2023

브런치 작가가 되다.

엄마도 하고싶은 일이 생겼어!

나는 진로를 결정하는 고등학교 시절 이후부터 결혼을 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주부'라는 인생을 꿈꿔본 적이 없다. 내 주제에 돈 걱정 없는 남자를 만날 일도 없겠지만 설령 그런 일이 내 인생에 생긴다 하더라도 나는 나의 경제활동을 결코 놓지 않으리라. 아이를 낳는다면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집에서 뿐안 마니라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사회인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온데간데 없고 지금의 나만 남아있다. 지난 10년간 아이셋을 키워냈고, 직업이 주부인. 그냥 아줌마가 된 것이다.


내가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아마도 어쩔 수 없어서라도 워킹맘이 되었을테지만, 우리가 캐나다로 이민을 오면서부터 자연스레 영어를 잘하는 남편이 먼저 영어점수를 따고, 면허를 바꾸고, 직장에 들어가고, 우리부부에게 2년, 3년 차이로 세명의 아이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나는 주부로 살게 되었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월급으로 사는 주부. 

젊었을 적 가장 의미없다고 생각했던 주부.


그런데 주부가 되고보니 이 세상에 주부. 그러니까 엄마로 사는 것 만큼 힘든일이 없다는걸 알게됐다.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

아이가 젖병을 떼고, 두 발로 걷고, 기저귀를 떼고, 밥을 먹기 시작하고, 말을 하기 시작하고,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고.... 이 모든일에 대한 서포트. 잠시 아이를 맡기거나 돌봐줄 부모님도 없어 온전히 나와 남편 둘이서 해결해야 하는 육아. 그 스트레스.

어떤 땐 매일같이 울었고,

어떤 땐 아이들에게 미친듯이 화를 냈고,

어떤 땐 '나'라는 사람에 대한 회의감이 생겨났다.

월급도 없는 직업. 퇴근시간도 없는 직장. 아무리 일을해도 누구하나 인정해주지 않는 일.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지만 그 누군가는 반드시 나여야 하는 일.

내가 쓸모없게 느껴졌고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나는 늙어가고, 지쳐가는 동안 아이들은 쑥쑥 자랐다.

어느덧 큰 아이가 5학년. 둘째가 3학년. 막내가 킨더가든에 들어가는 5살이 되고나니 이젠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늘 가장 두려웠던 그 시기가 온 것이다.


아이들이 다 크고나면 그때 나는.. 어떡하지. 

영어도 못하고 할 줄 아는거라곤 10년간 육아만 한게 다인데. 

앞으로 살아갈 내 50년. 어쩌면 그 이상.. 난 뭘해야 하지.

두렵고, 떨리고, 무서웠다.


영어공부를 시작했지만 모든 주부가 그렇듯, 살림살이를 하고나면 아이들 픽업 갈 시간이고. 저녁할 시간이고,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숙제, 책읽고, 재우면 밤 10시. 또 하루가 끝이난다.

분명 영어공부를 할 시간이 없어서 못한건데. 

밤 10시가 되니 체력이 안되서 못한건데. 모든 원망과 불만은 또다시 나를 향했다.


그러던 어느날 부턴가, 영어시험을 망치고 무기력한 내 안에 자꾸만 말들이 둥둥 떠다녔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문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들을 잡아다 어딘가에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작가라는 직업이 꿈이었던 적은 없지만, 

언제, 어디서나 일 할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을 항상 동경해 오기도 했다.


그러다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됐고, 

너무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그러다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 졌다는 메일을 받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이 시간. 오늘따라 고요하고 조용한 이 시간에 받은 그 메일은 정말 오랜만에 나는 활짝 웃게 만들었고, 몇년만에 느끼는 행복인가 싶었다. 아이들 때문도 아니고, 남편 때문도 아니고, 나의 일로 이렇게 웃어본게 얼마만인지.


앞으로도 주부의 일은 끝날날 없이 계속될 테지만

이젠 아이들을 어느정도 키워낸 삼남매 엄마로서, 그리고 온전한 나로서

내가 하고싶었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글쓰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나 자신에게.. 너의 작은 시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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