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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주언니 Dec 03. 2023

위니펙의 겨울을 소개할게요.

지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구온난화가 나쁘지만은 않네요.

거짓없이 말하건데, 내가사는 캐나다의 작은 도시 위니펙은 보통 겨울이 6개월이다.


5월 한 달간 봄

6월과 7월은 무조건 놀고봐야하는 여름

8월과 10월초까지 가을

10월중순부터 4월까지 겨울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위니펙에 이주하고서부터 겨울은 곧있으면 지나갈 계절중에 하나가 아니라는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싫은데 너무너무 오래 머물러 계시는 손님이다. 매년 낯설고 매년 어렵다.


위니펙 겨울은 정말 춥다.

겨울 중 일주일간은 영하 30~4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고, 진짜 한겨울엔 보통 영하 20도에 머무른다. 일반적으로 겨울 바깥 온도가 영하 20도대를 머무르니 -30도는 되어야 '오늘은 좀 추운날인가보네' 생각이 된다. 그리고 영하 20도까지는 눈이 오는걸 보니 날이 따뜻한게 맞다. -30도부터는 진짜 추워서 눈도 안오기 때문이다.


위니펙은 춥기도 춥지만 눈도 많이 온다. 겨울엔 꼭 윈터타이어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걸 매년 갈아끼우는 비용이나 윈터타이어를 구매하는 가격도 부담이라, 이민 초창기 3년간은 윈터타이어도 없이 이륜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매번 길에서 미끄러지고, 스탑사인에 한번 걸리기라도 하는 때는 차가 다시 앞으로 나가는데 한참 걸려 뒤 차에게 늘 미안해서 민망해지는 순간들이 하루에도 여러번 있었다. 결국 우리가족도 몇년 전부터 윈터타이어를 사서 갈아끼웠는데 확실히 겨울 운전이 한결 수월해짐을 느꼈다.


이래야 위니펙이다.

오늘이 12월 초인걸 감안하면 이미 날씨가 한창 춥고 집 앞 도로엔 눈이 어느정도 쌓여있어야 맞다. 그런데 이번에 오시는 손님은 또 다른 분이신가보다. 이번에도 낯설다.



왜 눈이 안오지? 왜 따뜻한거야? 한 낮 온도가 영상 5도? 이게 맞아??



이번 해에 위니펙에 입성하신 분들은 아마 지금껏 위니펙을 오기 위해 찾아보신 정보와 너무도 달라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여름 모기가 많은 이곳에 이번 여름은 모기가 많지 않았고, 진짜 추워야 하는 12월은 이토록 따뜻하니 말이다. 이곳에 오래 사신 분들이나 새로오신 분들이나 모두들 입을 모아 "이게 맞아?" 하는 중이다.


우리는 정확히 2년전. 지금 살고있는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한겨울에 갑자기 해야했던 이사라 너무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사갈 집 앞에 이미 눈이 잔뜩 싸여있어 이삿짐 차를 끌고오기 전에 눈부터 쓸었어야 했던 기억, 날이 너무너무 추워 이사를 도와주시는 분들께 너무도 죄송했던 기억, 아직 커텐도 달지 못해 닫힌 창문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잤던 이사 첫날 밤의 기억.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이번 겨울 캐나다는 엘리뇨 현상으로 12월까지 많이 따뜻할거라는 기사를 보았다. 지구에겐 너무너무 미안한 말이지만, 위니펙에 살고있는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살기 힘들었던 겨울이 지금만큼만 따뜻해도, 눈이 감당하지 못할만큼이 아니라 우리가 딱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내려줘도 가뜩이나 어려운 위니펙의 겨울이 한결 수월해질테니 말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겨울이 끝나려면 아직 5개월이나 남았다.

5개월 안에 아마도 별별 눈과 별별 스톰이 다 몰려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올 해 벌써 두달 가까이 이렇게 축복스런 날씨를 선물해줬으니 이번 겨울은 군소리 말고 잘 버텨야지.

좋은 사람들이랑,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한 집 안에서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겨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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