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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주언니 Dec 05. 2023

캐나다 학교가 즐거운 아이들

학교가면 재밌어!

"엄마.. 방학은 언제끝나? 이제 학교가고 싶어. 심심해."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거나 긴 휴일을 갖을 때면 어김없이 우리집 큰 아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학교가 가고 싶다고??

한국에서 유치원부터 초중고대를 다 나온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학교가 왜 가고 싶느냐고 물어보면 딸아이는 학교가 재밌다고 답한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도 있고, 체육시간도 재밌고, 리세스도 3번이나 하잖아.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니까 이젠 학교에 가고싶어."


처음에는 이렇게 말하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1학년, 2학년.. 5학년까지 지내고나니 이젠 어느정도 그 말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캐나다에서 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엄마의 관점에서 캐나다 초등학교의 장점을 적어보자 한다.

물론 내가 살고있는 캐나다 마니토바주 위니펙 기준이다.


1. 하루 3번 리세스(recess)시간

아이들은 꼭 하루에 3번씩 리세스 시간을 갖는데 이것은 오전에 한번, 점심먹고 한번, 오후시간에 한번. 이렇게 3번 운동장에 나가서 노는걸 말한다. 보통 한 타임에 20분정도인데 비가오거나 흙이 마르지 않아 나가놀기 어렵다고 생각이 되면 실내에서 리세스 시간을 갖는다. 위니펙은 한겨울에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갈 때가 많은데 학교에서 매년 공문이 날아오길, 겨울에도 밖에서 리세스를 할 예정이니 옷과 신발, 장갑, 모자를 꼭 챙겨 보내라고 한다. 가끔 너무 추운날 '설마 오늘은 밖에 나가진 않았겠지.' 하고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어김없이 오늘도 밖에서 놀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체감온도 -25℃까지는 아이들이 바깥활동을 하는 듯 하다. 실제로 이곳에 오래 살아보니 영하 25도에 나가놀아도 아이들은 아무탈이 없고, 잠깐이지만 아이들은 눈밭에서 구르다 오는걸 즐기는 것 같다. 비록 킨더가든이나(캐나다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에 다닌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스노우팬츠입고 장갑끼고 자켓까지 입는데 15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하나 재촉하지 않고 늦으면 늦는대로 단 5분이라도 밖에서 놀고 들어오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2. 오디션보는 아이들

큰 아이가 4학년이 되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학교에서 공연을 하나 했는데 아나운서 역할 할 남자아이 한 명, 여자아이 한 명, 리본춤을 출 아이들 몇 명, 연극에 들어갈 각각의 배역들에 대해서 선생님의 추천이나 뽑기 없이 각자 원하는 대로 지원하고 오디션을 봤다. 이제 겨우 4학년인 아이들이 오디션을 본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더 신기했던건 아이들이 주저함이나 부끄러움 없이 오디션을 준비하며 보였던 적극성이었다. 경쟁률은 치열했고 큰아이도 몇 가지 역할에 도전했지만 결국 리본춤을 추는 아이로 선택되었다. 딸 아이의 지고싶지 않은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아서 내심 실망이 컸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정말 잘 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역할이 잘 어울리는 아이들이 뽑혔다며 약간의 실망과 친구들을 향한 격려가 뒤섞여 말하는 모습이 내심 귀여웠던 기억이 있다.


3. 순수한 아이들

캐나다에 10년간 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너무도 순수하다는 것이다.

다문화사회여서 인걸까. 다르게 생기고, 다른 말을 하고,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큰 아이도 4학년이 되어서야 집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오래된 휴대폰이 손에 쥐어졌는데 그 전까지는 버려지는 작은 상자를 주워다가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해서 휴대폰장난감으로 사용했었다. 납작한 상자를 발견하면 가져다가 노트북을 만들어서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초등학교 3학년이 저렇게 놀 수 있나.. 안쓰러워서라도 핸드폰과 노트북을 사줘야 하나 싶다가도, 그때까지 본인이 필요로 하지 않아 그냥 두고보기만 했었다. 4학년이 되니 아이들끼리 메신져를 해야한다고 해서 집에 안쓰는 오래된 휴대폰을 쥐어줬는데도 너무 좋아했다. 아이가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너의 휴대폰은 뭐니 하고 서로 물어봤었는데 모두들 예전에 엄마아빠가 쓰고 집에서 놀고있는 휴대폰이 이젠 자기의 것이라며 친구들이 다들 좋아한다고 말하는걸 들었다. 캐나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새 것, 비싼 것 아니어도 가진것에 만족하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4. 친구같은 선생님

캐나다 초등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선생님이다.

캐나다에서 선생님은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역할 뿐 아니라 때로는 아이들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가장 자주 듣는 단어, "Awsom!"

"완벽해, 멋있어, 아주아주 잘했어, 진짜최고야...."

가끔은 칭찬하는 로봇인가 싶을만큼.. 칭찬에 매우 후하다.

그래서 때로는 아이들이 자신이 굉장히 대단히 무언갈 잘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림도 무척 잘그리고, 나는 노래도 무척 잘하고..

'한국 엄마인 내 맘에만 쏙 안드는걸까.. 저렇게 다 잘한다고 하면 진짜 잘하는 아이는 어딨는거지..'

처음엔 너무 잘한다 잘한다 해서 그 점이 마음에 안들었는데 아이들은 그 작은 칭찬에 힘입어 자신감이 자라고 도전심이 생기고 선생님이 좋고 학교가는게 싫지 않고.. 그런 듯 했다.


5. gym하러 학교가는 아이들

어느 한 겨울이었다. 아이들 학교를 데려다줘야 하는데 남편은 밤근무라 아직 퇴근하지 못했고 그날은 밤새 눈폭풍이 불어 기온이 영하 40도 가까이 떨어지는 날이었다. 창 밖을 보니 눈폭풍이 아직도 멈추지 않아 밖에 모든 세상을 뒤집어 놓을 듯 그 소리가 너무도 매서웠고 앞집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만큼 뿌연 날씨였다. 도저희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줄 수 없었고, 왜 학교에서 휴교한다는 메세지가 오지 않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얘들아.. 진짜 미안한데.. 엄마가 오늘은 학교를 데려다 줄 수 없을거 같아. 밖에 앞이 안보일만큼 눈보라가 치고 길도 오늘은 너무 미끄러워서 엄마가 운전을 할 자신이 없어. 오늘은 그냥 학교가지 말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큰 아이와 둘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학교 데려다주면 안돼? 아 오늘 gym한단 말이야.. 나 꼭 가고싶은데. 엄마 제발.."

"엄마! 나도 가야해. 나 오늘 학교에서 gym시간에 재밌는거 하는데 나 꼭 하고싶단말이야."

솔직히 너무 기가 찼다.

그러니까 너네 지금 체육하러 학교 가야한다는거지??

아무리 똑같은 말을 또하고 또 해봐도 아이들은 자신들을 학교에 데려다 달라는 말 뿐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세 아이를 차에 태우고 집을 나섰다. 바로 앞에 있는 차 뒷모습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길은 눈보라 때문에 어디가 차선이고 어디가 도로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분명 여기쯤 신호등이 있었는데.. 신호등 바로 앞에 멈춰서서도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 그런 날씨였다. 몇 년의 겨울을 지내면서 눈길 운전하면서 이렇게 무서웠던 적은 없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얘들아 진짜 미안한데 엄마 도저히 못가.. 다시 집으로 가자. 차 돌리를 곳 나오면 돌려서 집으로 간다."

아이들은 고개를 푹 떨구며, 큰 아이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서 유턴을 해야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길이 아주 엉망진창 최악중의 최악이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어이없게도 앞만보고 달려 학교까지 가게된 것이다.

좀 지각을 하긴 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학교에 왔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듯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엉금엉금 기어서 눈물을 훔치며 집으로 겨우 돌아왔다.

지금생각해도 도대체 gym시간이 뭐길래.. 싶다.

체육시간때문에라도 학교에 가고싶다는 그 마음을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게 바로 캐나다학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도 생각한다.

학교는 즐겁고 재미난 곳.

이것을 알려주는 것.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싶어 한다는건 엄마로선 정말 축복과도 같은 말이다. 매일같이 가야 하는 학교를 가기 싫다고 아침마다 나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매일매일 아이를 보내놓고 맘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초등학생.

크게 뭔가 바라지 않아도 되고, 크게 뭔가 이루지 않아도 되는 나이.

그저 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며 여러가지 꿈을 꾸고 친구들과 잘 지내면 그걸로 만족되는 나이.


앞으로 중학교 고등학교때도 그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얘들아.

"엄마 난 학교가 즐겁고 좋아" 하고.


9월 새 학기 첫 날, 등교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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