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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주언니 Dec 06. 2023

캐나다에 사는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것

영어잘하는 나 상상하기

딱 1년만

알고있다. 아무리 힘들고 버거운 일이라도 딱 1년만 지나면 누구나 그 일에 적응을 하고, 어렵지 않아지고, 수월해 진다는걸. 


나는 한국에서 중환자실 간호사였다. 처음 입사를 할 때 원하는 부서를 적는 란에 나는 '중환자실'을 적었다. 신규인 나의 입장에서 매우 두렵고 가장 어려운 부서였음에도, 매도 일찍맞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중환자실을 선택했다. 처음부터 내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다면 왠지 나는 앞으로 못 갈 부서가 없을 것 같았고, 간호사로서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중환자실 업무가 버겁고 어렵고 힘들었지만 딱 1년이 지나고 나니 일이 손에 익고 병원 일이 한결 수월해지는걸 느꼈다.


아마 캐나다 병원에서 영어로 일하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병원에서 영어로 말하는게 뭐. 그게 뭐라고. 처음엔 좀 버벅 대겠지. 아마 동료 간호사나 환자들이 말을 좀 빨리 하기라도 한다면 알아듣지 못하는 순간도 좀 있겠지. 그래도 뭐. 그렇게 1년만 지나면 안들리던 동료들의 농담도 들리고, 어마무시 빠르게 말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도 하나도 빠짐없이 들리고 그에맞게 나도 대답하는 날이 오겠지.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일단 캐나다 간호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마니토바주에서 원하는 영어 점수를 넘어야 가능하다.

문제는 그걸 넘는게 너무도 어렵다는 것이다.


영어 시험을 간신히 통과해서 간호사가 되었다 해도 나는 유창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커트라인이 하늘 높이 솟아있대도, 그걸 통과했다 치더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시험은 시험일 뿐일 테니까. 내가 준비한건 시험영어지 일상 속 외국인들의 영어가 아닐테니 말이다.


육아를 10년간 하다보니 자연스레 영어를 쓸 일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어를 잘해야 한다니. 매우 당황스럽다.

'언어란 대체 무엇이길래 나를 이토록 괴롭게 하는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젠 나이를 좀 먹었다고, 외국인 앞에서 영어를 틀리게 말할까봐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 

'틀리면 좀 어때. 그래 나 영어 못해. 하지만 그럼에도 너한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려는 나를 칭찬하는 중이야.' 하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자신감은 자신감일 뿐. 나는 늘 영어를 잘하고 싶다.

아이들 담임선생님과 상담할때도 그렇고, 아이들 학교에서 엄마들 수다에 끼고싶을 때도 그렇고, 지금처럼 영어시험을 패쓰하고 싶어서 그렇다.

캐나다에 20년을 살아도 영어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 빽빽인데.. 매번 주눅들지 않고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해볼까. 한번만 더 해볼까. 하는 나를 응원한다.


어느 해도안뜬 새벽아침. 바깥은 춥고 길은 꽝꽝 얼어서 운전하기 무섭겠지만 그 길을 뚫고 출근하는 나를 상상한다. 따뜻한 병원에 들어가 어제봤던 보는 동료들과 아침인사를 하고 자연스레 인계받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환자들을 만나고 닥터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쉬는 시간에 동료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도 상상해본다. 

아마도 남편이 이 글을 본다면 본인이 맨날 하는 이 일이 뭐그렇게 부럽다는거냐 할지 모르지만, 영어를 너무도 잘하고 싶은 마누라는 너의 일상이 지금 나의 꿈이라는걸. 

나의 진짜 꿈은, 캐나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시작한지 딱 1년차 된 간호사가 되는 것이라는걸.

이 소소한 꿈을 위해 영어를 못하는 마누라가 그럼에도 영어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라는걸 알아주길. 


But.. 내 평생에 가능하긴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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