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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주언니 Dec 13. 2023

나는 왜 이토록 영어에 집착하는가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한동안 뜸했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목표가 없으면, 정확히 말해 시험이란 단계가 없으면 절대 공부하지 않는 내 스타일 상 이번 목표 역시 영어시험에 패스하는 것이다. 


나의 최종 목표는 캐나다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영어점수가 필요한데 캐나다가 영어점수 까다롭기로 유명한 나라 중 하나이다보니 나는 그 높은 커트라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어가는 중이다. 

간호사 준비를 하는 이유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좋아서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대단한 풍요를 누리고자 하는 이유도 아니다. 한국에서 가지고온 간호사 면허가 아까워서가 첫번째 이유고, 두번째로는 노후준비를 위함이다. 어쨌거나 100세시대를 사는 지금, 나이들어서 파트타임으로라도 일할 수 있는 간호사라는 직업은 직업 자체만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고 말고는 나중이고, 나는 노후준비차 간호사가 되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너무도 두려워하는 영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미 두어번 실패를 맛본 터라 또한번의 시도가 의미가 있을지, 나에게 얼마나 더 많은 좌절이 남아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이번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한번 준비해보자 마음 먹었다. 아직 젊고, 영어권에서 살아야 하기에 영어는 나에게 필수이자 반드시 넘고싶은 관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년전, 처음으로 캐나다가 간호사가 되기위한 영어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1년동안 영어시험을 준비하면서 주부인 나에게 영어시험공부는 사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아이들 도시락을 싸고, 8시20분까지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길에 서너군데 장보고 돌아오면 12시. 점심먹고, 집치우고, 저녁준비하면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 아이들 오자마자 오후 4시면 배고프다는 아우성에 일찍 저녁을 먹이고, 치우고, 학원 하나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면 7시. 아이들 씻기고 학교 숙제 봐주면 8시가 넘어간다. 운전대만 도대체 몇 번을 잡는지. 주차를 하루에 몇 번을 하는지. 설겆이를 도대체 몇 번을 하는지. 딱히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없는데 왜 내 체력은 바닥인건지.. 알 수가 없기를 매일매일 그랬던 것 같다. 막내를 재우고 다시 거실로 나오면 밤 10시. 너무너무 피곤한데 영어책을 펴고 공부를 하기는 했던 것 같다. 피곤이 몰려오고, 짜증이 몰려오고, 나는 하루종일 바빴는데 나는 영어시험도 준비해야하네.. 억울하고 슬프고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 매일같이 피곤에 쩔어있고, 예민해 있던 지난 1년이었다.



그냥, 포기하면 편할것을.


영어. 그까짓게 뭐라고. 누가 나에게 가서 당장 돈을 벌어오라는 것도 아니고, 영어 못하면 캐나다에서 못사는 것도 아닌데 맨날 영어시험에 매여있는 나를보며 남편은 영어공부를 그만 두라고 했다. 왜 그렇게 빡빡한 일상에 자신을 못살게까지 구느냐고. 하고싶은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노트북을 사줄테니 글을 써볼래? 커피 좋아하니까 커피 배워볼래? 뭐든 하고싶은게 있으면 내가 돕겠다고.. 어찌나 달콤한 제안이던지. 세상에 내 옆에 이렇게 말만으로도 든든한 남편이 있다니..

그런데 왜 난 이 시험을 꼭 통과하고 난 후에 생각해 보고싶은걸까.

왜 이렇게 집착을 하고 있는걸까.


난 정말 영어를 잘하고 싶은가보다.. 생각했다.


내가 받아야 하는 영어점수 커트라인이 높으니 이 점수만 넘겨도 내가 어느정도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겠구나 하며 만족감을 느낄것이고, 만족감 뿐만 아니라 캐나다 어디서든 간호사로 할머니때까지 일할 수 있겠구나 싶을 것이고, 그러면 그동안 아이들만 키우며 집에 쳐박혀 살았던 내 인생에도 다시 사회에 발 붙일 수 있는 기회가 있겠구나 싶다. 사회인이 되고 싶다기 보다 이 영어권에서 나도 내 두 발로 서서 무언갈 하고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을 쓰는건 이제 조만간 졸업하고 싶다. 나도 내가 벌어서 내가 쓰고싶다. 다시 일하고 싶은 모든 주부들의 마음이 아닐까.

막내가 내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조금만 더 키우면 정말 거의 다 키웠다고 말할것이다.

그럼 그때의 난 어쩌나.. 

집에서 손가락 빨며 점심준비, 저녁준비만 하는 사람이고싶지 않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영어를 좀 더 잘해야 한다.


시간이 없고, 체력이 없고.. 정말이지만 변명만 늘어놓는 것 같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도 아니지. 넘어지면 다시 한번만 더, 한번만 더.. 외치면서 언젠간 이 시험을 패스할 그날까지 일단 계속 덤벼보자. 어쩌다 한번은 이기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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