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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Dec 16. 2018

H-ZeroWorld #M-02

2020년,  

 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감기처럼 호흡기나 신체 접촉으로 전염되지만 감기 바이러스와 달리 공기 중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아 아프리카 전역으로 도달하는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인접국들은 국경 봉쇄, 계엄령 등의 강력한 조치로 자국으로의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 다른 대륙으로의 확산을 저지하려 했다. 아프리카에 고립된 일부 생존자들은 주변국들의 배타적인 태도에 분노해 테러조직을 결성하고, 유럽,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자살 바이러스 공격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결국 3개월 후에 바티칸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유럽 전역으로 번져나갔고, 이어 남미, 인도까지 도달하게 된다. 

 마지막 안전지대로 남아있던 북미와 동아시아가 바이러스에 점령되던 날 방송에서는 전 인류에 대한 장송곡이 흘러나왔다.  



 TV 뉴스는 바이러스 출현 이후1년 동안 80억 인구 중 35억 명이 전쟁, 약탈, 폭동, 질병, 기아 등으로 사망했고, 남은 45억 명 중 58%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2차 대전 이례 처음으로 세계 인구가 약 20억 명 이하로 줄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TV, 라디오, 전화, 인터넷, 전기, 수도, 교통, 물류 등 모든 서비스가 차례로 중단됐다. 

 생존자들은 깊고, 음습한 곳에 숨어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풍선에 조그만 상자가 묶여 날아왔다. 상자 안에는 약품과 주사기,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었다. 

<감염 억제제>

<이 약품을 주입 시 호흡기와 단순 접촉으로의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억제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방독면과 마스크를 벗고, 은신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정부가 기능을 상실한 때에 약품을 제공한 제약회사는 사람들에게 메시아로 느껴졌다. 각지에 생존자들이 제약회사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그곳에 유일한 인간의 도시 <센터>가 세워졌다. 사람들은 곧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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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후> 

칸트가 멈춰 서서 말했다.

- 너도 봤지?  뭔가 움직였어 

앨리스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한 곳을 응시했다. 



칸트는 어깨에 걸린 총을 들어 먼 곳을 겨냥했다.



축 늘어진 뱀을 보며 둘은 침을 삼켰다.

 - 운이 좋았다, 오늘 저녁은 굶지 않아도 되겠어. 



칸트 일행은 어느 돌산 밑에 불을 피웠다.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칸트는 불을 더욱 키웠다.



- 기다려 아직 고기가 익지 않았어



칸트는 뱀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 저녁 상대를 기다려 주는 게 식사예절이지. 



고기가 익은 후 칸트는 식사를 위해 앨리스의 마스크를 벗겨 주었다. 앨리스는 본능적으로 칸트의 팔뚝을 물었지만 철제로 된 칸트의 장갑은 흠집만 조금 날 뿐이었다.


- 미안하지만 네 저녁거리는 내가 아니야.



 칸트는 앨리스 앞에 먹음직스러운 뱀의 생고기를 내밀었다. 앨리스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피 냄새를 음미했다.  


- 해가 떨어지고 있어. 성가신 녀석들이 오기 전에 식사를 끝내야 해.



- 니가 먹는 걸 보니 왠지 피 묻은 생고기도 맛있어 보이는군.

- 후추는 필요 없어?


칸트는 익은 고기를, 앨리스는 생고기를 함께 즐기며 지친 몸을 위로했다.



시간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살짝 잔다는 게 푹 자버려서 생각보다 늦어 버렸습니다.

칸트와 앨리스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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