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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Feb 02. 2019

H-ZeroWorld #M-09

H - hunamism or hope,  ZeroWorld - 부재 상태

[좀비가 출몰한 사막 지역]

루터와 칸트는 좀비들의 행렬을 지켜보고 있었다.
루터 - 어제와 같은 속도야. 방향도 그대로.
칸트 - 저렇게 몰려다니는 건 우두머리가 있다는 얘긴가?
루터 - 글쎄....
루터 - 그저 어떤 것에 이끌려 함께 이동하는 걸지도 모르지.
루터 - 지금의 문제는 '어디를' '어떤 목적'으로 향하느냐야.
칸트 - 저들의 앞에는 뭐가 있지?
루터 - 강, 산, 사막.
루터 - 그리고  마을과 버려진 도시. 
루터 - 지금으로선 어디로 향하는지 특정할 수 없어.
칸트 -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군.

루터는 쌍안경을 내려놓고 말했다.
루터 - 자네의 일은 세 손가락단을 이용해서 레드티를 생포하는 것까지야.
루터 - 이 일만 끝나면 '센터'까지 에스코트해주지.
칸트 - 레드티가 이 일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루터 - 일단은, 우리도 아직 별다른 정보가 없어.
칸트 - 확실한 게 하나도 없군.

루터는 칸트에게 쌍안경을 건네며 말했다.
루터 - 어떤 일이든 변수는 존재하는 법이니까.
루터 - 항상 그렇게 일해왔잖아. 
루터 - 자네에겐 특별한 감과 운이 있으니까.

칸트는 루터의 올라간 입꼬리를 잠시 쳐다보다가 쌍안경을 건네받고 좀비들을 관찰하며 말했다.
칸트 - 또 뭔가 꿍꿍이가 있군.
루터는 쓴웃음을 지었다.


멀리 바위산 뒤에 몸을 숨기고, 칸트 일행과 좀비들을 감시하는 자가 있었다.




[야영지 사격장 근처]

에이든은 누운 채 옆을 슬쩍 봤다.
또래 친구인 칼리가 야채 바구니를 옮기고 있었다. 
칼리는 수줍은 듯 에이든을 보고 웃어 보였다.

에이든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칼리를 지켜봤다.
그때 에이든의 곁에 있던 짐이 한마디 했다.
짐 - 보지 않고 표적을 맞출 자신이 있나 보군요.
에이든 - 아뇨.... 죄송합니다.

제드와 베르거는 사격장 한편에 앉아 에이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드는 손 칼날을 이용해 육포를 찢으며 말했다.
제드 - 내게 아들이 하나 더 있었다면 저 녀석에게 총을 잡게 하진 않았을 거야.
제드는 육포 한 조각을 손 칼날에 꾀어 베르거에게 건넸다.
제드 - 예전 같았으면 총 말고 펜대나 굴릴 타입이지.
베르거는 제드의 칼날에 꾀어져 있던 육포를 집었다.
베르거 - 그래도 훈련 때는 불평 한마디 없이 잘 따르고 있습니다.
제드 - 그저 혼나는 게 겁나서겠지. 

제드는 육포를 계속해서 찢었다.
베르거 - 대장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겠죠.
베르거 -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시작이 느린 사람도 있으니까요.
제드 - 너무 늦으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지.

제드는 베르거를 보며 말했다.
베르거는 들고 있던 육포를 입에 집어넣었다.
제드는 고개를 돌려 다시 말을 이었다.
제드 - 그 '센터' 놈들은 어디 있지?
베르거 - 사막에서 좀비들을 관찰하고 있을 겁니다.
제드 - 루터 그놈은 믿을 수 없는 놈이야. 
베르거 - 하지만 '센터'는 큰 보수를 약속했습니다.
제드 - 동생의 목숨을 대가로 약속한 적은 없었어.
제드 - 그리고.... 칸트가 나타난 게 마음에 걸려.
베르거 - 칸트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을 겁니다.
제드 - 우리를 미끼로 쓸 수도 있지. 
제드 - 칸트를 이용해 공을 가로채려고 말이야.

제드는 육포를 더 작은 크기로 계속해서 찢었다.
베르거는 말없이 제드가 육포를 조각내는 모습을 바라봤다.
제드 - 좀비들은 보이는 족족 모두 쓸어버려야 한다고.
제드 - '센터' 놈들이 좀비들을 가지고 쓸데없는 짓을 하니까 우리가 아직도 당하고 있는 거야.
제드 - 모두 잡아서 불태워 버리면 바이러스도 사라지고, 억제제도 필요 없을 거야.

조각난 육포가 바닥에 쌓여갔다. 
그때 루터의 차량이 야영지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제드 - 재수 없는 놈의 돌아왔군.



[루터의 차량 안]
루터 - 센터에 있을 때 방바닥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좀비가 있었어. 

루터 - 처음 보는 각인 증상이라 모두 궁금해했지.
루터 - 처음에는 게임 중독이라 키보드를 두드리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누가 피아노 건반을 가져다 댔더니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루터 - 그것도 모차르트의 음악이. 그 녀석 피아니스트였던 거야.
루터 - 좀비가 되어서도 예술의 혼이 남아있는 불멸의 피아니스트. 
루터 - 그 이후로 우리는 그 녀석 주위에 모여 연주를 감상하곤 했지.  

루터는 뒤를 돌아보며 앨리스를 바라보며 칸트에게 물었다.
루터 - 어때? 앨리스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나?

칸트 - 없어. 전혀.

칸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루터는 다시 돌아앉아 실망스럽다는 듯 말했다.
루터 - 싱겁네. 개인기 없는 좀비는 싱거워. 
마크는 차를 세우며 루터에게 물었다.
마크 - 그 피아니스트 좀비는 어떻게 됐어요?
루터 - 아직도 피아노를 연주를 하고 있어. 몸에 온갖 기계장치를 달고서
.
마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루터 - 니가 좀비가 되면 특별히 자동차 핸들을 선물하지.
마크 - 윽!

마크는 손사래를 치며 차량 밖으로 나갔다.


루터와 칸트, 앨리스도 차량 밖으로 나왔을 때 두 남자가 다가왔다.
제드와 베르거가 루터 일행 앞에 섰다.
베르거 - 이제 오십니까?
루터는 베르거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보냈다. 
제드 - 니놈의 들개들은 잘 있던가?

제드는 루터에게 비꼬며 말했다.
루터는 가볍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루터 - 어제는 경황이 없어 소개하지 못했군요.
루터 - 이미 들으셨겠지만 이쪽은 사냥꾼 칸트. 여기 새로운 보조 마크.
루터 - 이쪽은...... 귀여운 꼬맹이 좀비... 앨리스.....

제드는 손이 묶여 있는 앨리스를 가만히 바라봤다.
제드 - 새로운 사냥개인가? 아니면 주인도 못 알아보는 미친개?
제드 - 감히.... 내 기지에 좀비를 돌아다니게 만들어!!

제드는 소리치며, 손 칼날을 뽑아 앨리스에게 휘두르려 했다.

칸트는 제드의 팔을 잡아채며 말했다.
칸트 - 호들갑 떨 거 없어.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아. 
제드는 칸트를 가만히 쳐다보며 말했다.
제드 - 너의 옛 동료 중에 살아남은 자가 여기에 있는데 알고 있나? 
제드 - 도살자라는 이름보다 이제 배신자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겠군.
칸트 -....

제드는 칸트와 루터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제드 - 너희 두 놈들, 서로 조심하도록 해. 
제드 - 누가 먼저 배신할지 모르니까.

제드는 베르거에게 소리쳤다.
제드 - 당장 이 썩은 고기들을 철창에 처넣어!!



[야영지 철창 안]

앨리스와 칸트는 또다시 철창에 갇혔다.
에이든 - 죄송합니다. 제가 아버지께 말씀드린다는 게.....
루터 - 어차피 소용없었을 겁니다.
칸트 - 옆에 녀석들은 어디 갔지?
베르거 - 센터로 보냈습니다.
베르거 - 샘플용으로.

칸트와 앨리스만 남은 철창 안은 휑하니 비어있었다.
루터 - 자, 나는 잠시 가야 할 곳이 있어. 
루터 - 에이든, 이 두 친구를 잘 부탁합니다.
칸트 - 어디 가는 거지?
루터 - 서부 지역에 작은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가봐야 해. 
베르거 - 언제 돌아오십니까? 
루터 - 하루, 이틀 정도 걸릴 겁니다.
칸트 - 또 뭔가를 숨기고 있군.
루터 - 의심이 많으면 없던 병도 생긴다고. 돌아와서 말해주지.

그 말을 남기고, 루터는 마크를 대리로 사라졌다.



[세손가락단 야영지 인근]
루터는 담배를 입에 물고, 큰 바위 아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 나타난 것은 제드의 부관 베르거.

베르거 - 이런 대낮에 만나는 것은 위험합니다.
루터 - 떠나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어서.
루터 - 걱정 마. 너를 의심할 사람은 없어.


루터는 담뱃불을 손가락으로 털어내며 물었다.
루터 - 제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베르거 - 그는 당신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베르거 - 칸트와 짜고 자신의 공을 가로채려 한다고 생각해요.
루터 - 그러면 좀비를 공격할 생각이군.
베르거 - 센터를 거스르면서까지 그렇게 무리하지는 않을 겁니다.
루터 - 그러면 좋겠지만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
루터 - 너도 알겠지만 그들은 핏줄에 대한 집착이 강해.
루터 - 그리고 '센터'의 방식을 싫어하지.
루터 - 내가 떠나 있는 동안이 기회라고 생각할 거야.


루터는 베르거에게 캡슐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루터 - 내가 없는 동안 설득을 하든, 협박을 하든 좀비들을 공격 못하도록 막아.
루터 - 그래도 소용없다면 그 약을 써.

베르거는 말없이 캡슐을 바라봤다.
루터 - 네가 세손가락단에 애착이 있다는 건 알아. 
루터 - 제드를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겠지.
베르거 - 제드 없이는 세손가락단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에이든은 아직 어립니다....
루터 - 자네와 칼이 있다면 에이든은 해쳐나갈 수 있을 거야.

루터는 베르거의 손에 든 캡슐을 가리키며 말했다.
루터 - 그 약을 쓰고 싶지 않으면 네가 어떻게든 제드를 막으면 돼. 
루터 - 명심해. 이 좀비들을 다른 놈들하고 달라.
루터 - 세손가락단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루터 - 세손가락단을 위해서라도 제드를 막아야 해.
베르거는 망설이며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루터는 베르거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루터 - 궁금해할 것 같아서 말인데....

루터 - 너의 가족들은 센터 내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어.
루터 - 단순하게 생각해. 언제나 가족이 1순위야.

베르거는 손에 쥔 캡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언제나 가족이 1순위 입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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