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Zintta Mar 09. 2019

H-ZeroWorld #M-13

H - hunamism or hope,  ZeroWorld - 부재 상태

[세 손가락단 야영지]

아영지와 밖을 나누던 경계는 사라지고,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을 메우던 차량은 두 동강 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칸트는 두 개의 연막탄을 한 손에 쥐고서 안전핀을 동시에 뽑고는 그 구멍에 던져 넣었다.
연기가 충분히 피어오르고, 뚫린 구멍은 하얀 연기로 메워졌다.
칸트는 그 연기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곧 적의 형체가 연기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칸트는 한 손에는 권총을, 다른 한 손에는 도끼를 들고, 들어오는 적들을 맞았다.
들이닥친 누구는 권총에 턱을 맞고, 누구는 도끼에 목을 따였다. 
칸트는 홀로 투명인간이 된 듯 은밀히 적들의 생명을 끊어냈다.

적들은 하얀 장벽을 넘지 못하고,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칸트는 홀로 장벽이 되어 적들이 넘어와 벌일 살육과 약탈을 막아냈다.
하지만 인간들의 싸움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 장벽 안에서 칸트가 지키려 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칸트의 발 밑에 까만 물체가 굴러 들어왔다. 
칸트는 그것이 구르는 짧은 순간 한 남자를 떠올렸다. 자신을 버리고 홀로 마을을 떠나던 그 남자의 뒷모습을.
수류탄은 폭발음을 내며 연기 속에서 불을 뿜었다.
칸트는 바닥에 널브러져 피를 흘렸다. 마치 자신이 베어버린 적들처럼.
칸트는 그렇게 바닥에 누워 연기처럼 떠오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 난 버리지 않아 -  
옅어진 연기를 뚫고, 다시 적들이 밀려 들어왔다. 
칸트는 온몸이 부서진 듯 고통스러웠지만 일어나려고 안간힘 썼다.
그때 기관총의 파열음이 적들의 몸속에 파고들었다.
야영지 안쪽에서 기관총 하나가 적들을 향해 총알을 쏟아내고  있었다.
적들은 벽을 넘지 못하고 칸트의 위에서 쓰러졌다.
기관총의 불꽃이 잦아들고, 사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든은 자신이 쓰러뜨린 적들을 노려보며,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칸트는 에이든을 바라보며 그가 왜 이렇게 필사적인지 생각했다.
- 넌 대체 뭘 지키고 싶은 건가? -


칸트가 적들과 누워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의 귀에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매우 익숙한 소리였다.
익숙한 형상도 같이 떠올랐다.
어두운 차 안에 구멍이 나 있고, 그 구멍으로 도적들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수갑을 찬 채로 철창 안에 갇혀 분노와 공포에 휩싸였다.
그 철창의 자물쇠는 망가져 있었고, 누군가가 밧줄로 문을 묶어 두었다.
칸트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에이든 - 칸트!!
에이든이 칸트를 향해 소리쳤지만 칸트는 에이든을 외면한 채 야영지 안으로 사라졌다.
칸트의 머릿속에선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 위험해, 앨리스.... -



[제드의 사냥터]
헌터들은 뒤에서 나타난 좀비를 상대하면서도 레드티를 향해 총알을 퍼부었다.
타이탄의 포탑이 레드티를 향해 회전한 후 불을 뿜었다.
굉음과 함께 타이탄의 상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다른 차량의 포탑들도 레드티를 향해 유탄과 기관포를 발사했다.
레드티는 몸을 웅크린 채로 섬광에 휩싸였다.
하지만 차량의 지원사격이 줄어든 돌격대는 달라붙은 좀비들을 떼어내는 것이 점차 어려워졌다. 
돌격대 지휘관 칼은 특유의 완력으로 달라붙은 좀비들을 베어내고 있었지만 좀비들은 점점 더 압박해 오고 있었다.
제드 주위에는 3명의 가드가 좀비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가드 중 하나는 샷건으로 계속해서 간격을 벌리려 노력했다.
제드의 헤드셋에서 다급한 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 - 차량으로 후퇴한 후 다시 간격을 벌려야 합니다. 
제드는 2,3마리의 좀비들이 자신의 다리 보호 장갑을 뜯어내려 하자 한 마리는 왼손에 쥔 칼로 베어내고, 다른 두 마리는 머리에 손 칼날을 발사해서 떼어냈다.
제드는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제드 - 제임스! 뭐해! 이쪽에도 퍼부어!
제임스 - 너무 가까워서 위험합니다.
제드 - 상관없어. 빨리 이 놈들을 떼어내!
제드 - 돌격대! 좀비들을 떼어내면 바로 차량에 탑승한다!
차량에서 날아온 포탄들이 돌격대 주위에서 폭발했다.
좀비들은 사방으로 튕겨나갔고, 가까이에 있던 돌격대의 장갑도 꿰뚫어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폭발은 이어졌고, 결국 좀비와 돌격대 사이에 틈이 만들어졌다. 
칼이 소리쳤다.
칼 - 지금이다. 전부 차량으로 후퇴한다!


그때 차량 한 대가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아 돌격대의 한 복판으로 향했다.
날아온 차량은 한 돌격대원의 머리 위에 떨어진 후 몇 바퀴를 구르더니 제드를 덮쳤다.
돌격대 주위로 흙먼지가 일었다.
다시 레드티를 향해 포탑들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레드티의 피부에서 순간 까만 껍질이 피어오르더니 폭발을 상쇄시켰다.
제임스와 짐은 그 광경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

레드티는 또 다른 차량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더니 타이탄을 향해 집어던졌다.
레드티가 던진 차량은 짐과 제임스의 머리 위를 지나쳐 타이탄의 포탑과 충돌했다.
포탑은 종이처럼 찌그러지고, 떨어져 나온 포신은 잠시 구르다 짐과 제임스 앞에 멈춰 섰다.
제임스 - 저 괴물.... 대체 얼마나 쏟아부어야 하는 거지?
짐은 레드티를 바라보며 제임스의 두려움이 자신에게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 으아아 아!!! -
제드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제드의 두 다리가 레드티가 던진 차량에 깔려있었다.
칼과 부하들이 차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고, 그때마다 제드는 더욱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차량 위에서는 아직도 기형의 좀비들과 난전을 벌이고 있었고, 레드티는 차량을 찢고 있었으며, 수백의 좀비들의 7명의 돌격대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제 움직일 수 있는 차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병력도 처음의 3분의 1로 줄어있었다.
칼은 아비규환의 전장을 바라보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칼 - 후퇴, 후퇴한다. 
제임스는 칼의 말에 말없이 동조하고는 짐에게 말을 전했다. 
제임스 - 후퇴한다. 우리가 졌어....
그때 한 좀비가 뒤에 나타나 제임스의 팔꿈치를 물어버렸다. 제임스의 몸에서 손목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제임스는 반사적으로 좀비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좀비는 제임스의 팔을 입에 문 채 바닥에 나뒹굴었다.
제임스의 한쪽 팔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제임스는 떨어져 나간 팔을 잠시 바라보더니 권총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겨눴다.

권총이 발사되는 동시에 제임스의 몸은 타이탄 밖으로 떨어졌다.
짐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두려움을 억누르려 안간힘 썼다. 
그리고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짐 - 전원 철수!!



작가의 이전글 H-ZeroWorld #M-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