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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Mar 24. 2019

H-ZeroWorld #M-15(시즌1완)

H - hunamism or hope,  ZeroWorld - 부재 상태

[세 손가락단 야영지]

칸트는 앨리스의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마스크를 다시 씌웠다.
그리고 에이든이 모아 온 사람들과 함께 구멍 난 차량을 넘어뜨려 통로를 막았다.
에이든은 먼저 나서서 자신의 방에 앨리스가 머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방 한 편의 파이프에 앨리스를 묶어두고, 칸트가 일어섰을 때 칼리가 팔에 붕대를 감고 나타나 말했다.
칼리 - 제가 그 아이를 돌보고 있을게요.
칸트는 앨리스를 잠시 바라보더니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앨리스는 이상하리 만치 차분한 시선으로 칸트의 뒤를 바라봤다. 

칸트는 다시 전장에 뛰어들었다. 
마치 분노를 쏟아내듯 적들을 향해 총탄을 쏟아부었다.
베르거는 뚫려있던 통로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탁월한 사격 솜씨로 적을 저지했다.
에이든은 어느새 병사가 되어 있었다.
전장에 집중하며 본능적으로 판단해 움직였다.   
어느샌가 적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날이 밝고, 적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에이든은 적들을 조준해서 공들여 방아쇠를 당겼다.
그때 칸트가 에이든의 총을 움켜쥐고는 말했다.
칸트 - 그만해 끝났어.
적들은 동료들을 시체를 버리고, 남은 차량을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에이든은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온몸이 땀에 젖은 채 차벽에 기대어 헛구역질을 했다.

사람들 중 몇이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기뻐했다. 
그리고 몇몇은 그저 살아남았음에 안도하며, 떠나는 적들을 가만히 지켜봤다. 



[제드의 사냥터]
타이탄의 차창 너머로 레드티가 남은 차량을 난도질하는 것이 보였다.
차량에 생긴 구멍으로 좀비들이 밀려들었다.
타이탄의 스피커에서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짐은 버튼을 눌러 스피커에서의 소리를 차단했다.
짐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없어.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짐의 말을 귀담아듣는 이는 없었다.
두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 누워있는 제드는 의식이 없었고, 칼은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른 몇몇의 헌터들도 영혼을 빼앗긴 듯 허망하게 서있었다.
수많은 좀비들이 타이탄을 두드리는 소리가 쉼 없이 않고 들려왔다.
짐은 액셀을 밟아 그 둔탁하고 기괴한 소리를 지웠다. 
타이탄은 느리지만 커다란 원을 그리며 차 머리를 돌렸다. 
좀비들은 혜성의 꼬리처럼 그 뒤를 쫓았다.
레드티는 자신의 승리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타이탄의 꽁무니를 지켜봤다. 
타이탄은 널브러진 차량들을 뒤로하고, 좀비들의 땅에서 초라하게 물러났다.



[세 손가락단 야영지]
사람들은 동료들의 시신을 옮기고, 무너진 막사의 기둥을 다시 세웠다.
치열했던 전장은 이제 주인을 잃은 무기들과 차량의 무덤처럼 보였다.
칸트는 도적들이 버리고 간 차량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에이든과 베르거는 차벽 위에서 칸트의 모습을 지켜봤다.
칸트는 차량의 시동을 걸어 소리를 확인했다.
에이든 - 뭐 하는 거죠?
베르거 - 떠나려는 거야.
에이든 - 왜 갑자기.....
베르거 - 인간들에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군.

에이든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칸트를 바라봤다.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어느 한 방향으로 몰려갔다.
사람들 중 하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 왜 한 대 뿐이지?
멀리서 타이탄이 연기를 토해내며 야영지로 다가오고 있었다.
에이든과 베르거도 가까이에서 타이탄을 보기 위해 다가갔다.


멈춰 선 타이탄에서 뒷문이 열리고, 제드가 들것에 실려 나왔다.
그 뒤로 짐과 칼, 몇몇의 헌터들이 죄인처럼 고개 숙인 채 무거운 걸음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그들 주위에 모여들었고, 돌아온 그들이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짐과 칼, 그들 중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보다 못한 이들이 한 병사를 붙잡고 재촉하자 그 병사는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직감으로 그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야영지 안에서 전염병처럼 울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어떤 노인은 타이탄 주위를 돌며 돌아오지 않은 아들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에이든은 들것 앞에 서서 붕대로 감춘 제드의 짧아진 다리를 바라봤다.
제드는 마치 죽은 듯 핏기 없는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에이든은 제드를 바라보며 굳어버린 듯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울부짖는 사람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베르거는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주먹을 움켜쥔 채 온몸의 온기가 빠져나간 듯 바들바들 떨었다.
이 모든 결과가 자신에게서 비롯된 거라며, 누군가가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베르거는 떨리는 손으로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 들어 자신의 머리에 겨눴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사람들이 달려들어 베르거를 저지했다. 
총알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칸트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지프 차량의 시동을 켰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앨리스는 차량이 한참 멀어진 후에도 야영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세 손가락단의 야영지로부터 동쪽으로 80km]
허름한 옛 농가에 여러 대의 차량이 늘어서 있었다.
그중 루터의 밴 차량도 함께 있었다. 
창고 한편에서 루터는 기이하게 생긴 좀비의 사체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 옆에 센터의 마크를 달고 있는 젊은 헌터(한스)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한스 - 굉장히 까다로운 녀석들이에요. 그 녀석 때문에 부하 4명을 잃었어요. 
한스 - 아무런 소리도 없이 뒤에서 다가와 그 기다란 창? 아니 손톱?으로......
루터 - 레드티 같은 탱커와는 상이한 타입이야.

루터는 담배를 꺼내 들고는 말을 이었다.
루터 - 인간은 생존을 위해 주위 환경을 바꿔나가지. 그런데 녀석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모습을 바꿔. 
루터 - 과연 누가 더 자연계에 어울리는 종일까?
루터 - 녀석들은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는 거야.
루터 - 소름 돋을 만큼 놀랍지 않아?

한스 - 즐거워 보이네요?
한스는 한쪽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한스 - 난 당신이 더 소름 끼쳐.
루터는 씩 웃어 보이고는 일어나 말했다.
루터 - 좀비들이 서쪽으로 향한다고 했지?
한스 - 한 1000- 2000 정도?
루터 - 레드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있으니 이놈들과 만난다면.... 그곳은?
한스 - 헌터들의 전초기지?
루터 - 그래, 놈들의 목표는 블랙 우드 요새.
한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스 - 이거 엄청난 사냥이 되겠는데요?
루터 - 이번에 사냥감은 우리야.
루터는 담배 연기를 뱉어내며 말했다.

마크는 차 안에 앉아 따분한 듯 발로 핸들을 좌우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크게 하품을 했다.



[사막]
칸트는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했다.
칸트 - 그러고 보니 밤새 한숨도 못 잤군.
칸트 - 인간들과 있으면 항상 성가신 일이 생겨.
앨리스는 가만히 먼 하늘을 바라봤다.


칸트 - 이제 머뭇거리지 말고 가자. 
칸트 - 집으로.
칸트와 앨리스는 끝없는 사막의 지평선을 향해 달려 나갔다.




H-ZeroWorld #M(middle story) 시즌1 완결

이곳까지 함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쓴이의 변명

개인적인 사정으로 작품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연재를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middle story(M) 시즌1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떡밥을 남기고 중단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구상하는 동안 힘들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습니다. 

아쉬움도 있지만 더 완성도 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고 공상을 하며, 꿈을 키우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만의 캐릭터, 나만의 공간,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가는 종이들이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다 사회에 나와 펜을 놓게 되고, 사람들과 씨름하다 보니 마치 내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 다시 펜을 들고 공상을 즐기며, 나는 나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현실은 미친개처럼 내 발목을 물고 늘어지지만 언젠가 그 미친개의 발목을 물어뜯을 날을 꿈꾸며, 더디지만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 보려 합니다.   

이야기는 이어질 것이고, 앨리스와 칸트의 여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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