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픈옹달 Dec 26. 2021

'옹달랩' 준비중

!!굳세어라 독립연구자!! 자발적 이벤트 3

무어라 부를까


오래 정들었던 공간을 정리하고 개인적으로 작은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뭐에 쓰게요? 작업공간이요. 뭐하시는데요? 책 읽고, 글 쓰고... 부동산 몇 곳을 돌아다니며 애써 설명을 했지만 또렷하게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깨끗하고 너무 크지 않은 공간이 있으면 된다고 이야기할 뿐. 


몇 곳의 부동산을 둘러본 이후에야 작은 방 하나를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는데, 창문과 햇볕을 두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창문이 작고 볕이 잘 들지 않으나 저렴한 곳을 선택할까. 아니면 더 비싸지만 주고 창이 크고 볕이 드는 곳을 고를까. 결국은 큰 창문과 볕을 선택했습니다. 창밖으로 남산 타워가 보이고, 석양이 보이는 곳으로.


1월 첫째주에 짐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이제 2022년 1월부터 꼬박꼬박 수십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며 생존을 꾀해야 합니다. 혼자 잘 꾸려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부딪혀봅니다. 알아보니 저 같은 수입이 불안정한 독립연구자는 빚을 내어도 크게 내지 못합니다. 이도저도 안 되면 그때 철수하기로 하고 일단 저질러 봅니다.


공간을 정했으니 이름을 생각해야 합니다. 옛 글을 공부하고, 철학을 그것도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니 나름 근사한 이름이 적당할 듯합니다. 예를 들어 '~재齋' 혹은 '~당堂' 따위의 이름을 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박학이독지博學而篤志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 같은 문장에서 뽑아도 될법합니다. 박학재나 근사재... 아니면 '인무원려人無遠慮 필유근우必有近憂' 따위를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원려재나 근우당 따위. 공자의 말에서만 찾지 말고 좋아하는 장자나 사기 문장에서 찾아볼까도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문자를 쓰며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기로 했어요. 옛 한문을 읽고, 옛사람의 글을 읽는다 해서 늘 그렇게 옛 표현을 빌어 멋진 이름을 짓는 게 다 무슨 소용일까. 게다가 마음을 사로잡는 표현도 없었습니다. 기픈옹달의 실험실이라는 뜻에서 '옹달랩'이라 이름 붙이기로 합니다. 사부작사부작 이것저것 하기 좋은 이름입니다. 


이런 걸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무얼 할까


사실 비슷한 일을 할 거예요. 올해 했던 일을 그대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밤밤고전'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밤 고전을 읽었어요. 12월 22일 기준, 총 197회를 진행했답니다. 2021년이 가기 전 200회를 마치는 것이 목표예요. 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났어요. 기존의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었던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고 소통해보기도 했어요. 


밤마다 고전을 이야기하는 밤밤고전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2021년에는 장자, 노자, 사기, 루쉰 문장 들을 읽었어요. 내년에도 계속 고전을 읽습니다. <삼국지>, <홍루몽> 등을 읽자는 이야기가 있어서 준비중이예요. 밤마다 고전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적잖이 즐거움을 선물해 줍니다.


밤밤고전을 하면서, 도서관 강의를 하면서 쌓인 유튜브 영상도 적잖이 많습니다. 영상을 보시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한참 전의 영상에 인연이 닿아 연락을 주시는 분도 계시네요. 내년에도 그간 공부했던 내용을 강의 형태로 정리해서 나눌 거예요. 기초적인 한문 문법 강의, 고전 강독, 중국 철학사... 등등을 생각 중입니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활동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지금까지 대안 연구공동체의 강의나 세미나는 비용과 시간을 정하고 시작했어요. 이를 조금은 다르게 해 보는 거죠. 후불제 강의라던가, 구독형 프로그램이라던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고 있답니다.



현실은 냉혹해


문득 그런 느슨한 생각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10년 넘게 독립연구자로 생활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이었던 까닭입니다. 도리어 매 해 부담이 더할 뿐이었지요. 삶의 무게는 늘어나는데, 길은 점점 보이지 않고, 역량은 점점 줄어들고...


일단은 생존을 도모하고, 존재의 의미를 천천히 찾아볼 예정입니다. 다만 너무 열심히 살지는 않으려 합니다. 열심히 산다고 바둥바둥 노력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더라구요. 도리어 조바심에 성을 내고 화를 내기 쉽습니다. 너무 열심히 애쓰지는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아니, 내일도 내년도 할 수 있을 만큼.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 만큼만 힘내려 합니다.


응원도 필요하고, 때로는 도움도 필요합니다. 때로는 운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오가며 댓글이든 메시지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이런저런 일과 사람을 소개해주셔도 좋습니다. (도서관 강의 환영이요) 적선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후원금도 감사히 받습니다. 크고 작은 선물로 응원해주셔도 좋아요. 손 모아 응원을 빌어주셔도 좋습니다.


카카오패이로 송금하기 참 쉽죠?



작가의 이전글 장자씨 헛소리도 잘하시네 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