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와 쓰기

2018 선농인문학서당 #1

by 기픈옹달

청소년과 고전을 공부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간 다양한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마다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런 고민이 뒤따르는 것은 단순히 어떤 지식을 습득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닙니다. 텍스트와의 만남을 통해 어떤 새로운 경험을 얻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텍스트와 더 살갑게,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게 저의 고민입니다.


읽기와 쓰기, 이 두 방법을 고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텍스트를 직접 읽지 않으면 그 배움은 제 것이 되기 힘듭니다. 귀로 듣는 이야기가 아무리 많아도 직접 자신의 눈으로 글을 읽어보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기 십상입니다. 다른 사람이 해석하고 풀이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곧 그것이 제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금방 잊어버리기도 하지요. 옛말에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들어도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읽기는 음식을 먹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몸이 튼튼해지듯, 읽기는 건강함을 선물합니다. 그러나 모든 음식이 몸에 이로운 것은 아니듯, 모든 읽기가 도움을 주는 건 아닙니다. 좋은 책을 잘 읽어야 합니다. 좋은 책은 무엇일까, 여기에 많은 말을 붙일 수 있겠지만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사람이 좋은 책을 많이 꼽아놓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을 찾기란 너무 쉽지요. 우리가 읽을 <논어>, <소크라테스의 변론> 등은 손꼽히는 좋은 책입니다. 아마 이를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다만 좋기는 한데 맛있는 책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 호감을 주는 책도 아니지요. 특별히 마음먹지 않으면 손이 가지 않는 책입니다. 그래도 좋은 책이라니 한 번쯤 읽어봅시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 책을 만날 수 있을지요.

기왕 만나는 김에 잘 만나려면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성급하게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듯, 많은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이 책도 잘 읽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 읽을 수 있을까요? 우선은 좀 천천히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읽어내리면 아무런 감흥이 남지 않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읽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드는 표현이나 궁금한 부분은 책에 표시해둡시다. 생각이 들면 메모도 해두면 좋을 거예요. 바쁜 일상에 독서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래도 권합니다. 이 책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떼어 놓으세요. 가능하면 2~3시간을 여유 있게 잡아놓기를 바랍니다. 시간을 들이는 만큼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천천히 읽기를 권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꼼꼼하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모르는 부분은 건너뛰어도 좋습니다.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는 부분은 그냥 무시하세요. 한두 문장이라도 눈이 가는 데가 있다면 이를 다시 읽어보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만난 문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문장이 책을 만나는 입구가 되어줄 거예요. 마치 채로 걸러내듯, 마주침이 있는 문장들을 걸러내며 읽으세요. 그 만남이 나쁜 것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의문을 남겨도 좋고, 불편함을 주는 것이어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반대여도 상관없어요.

가장 크게 주의해야 할 것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 상황이예요. 읽어도 할 이야기가 없고,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 침묵만이 존재한다면 우리의 공부는 영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어떤 감각이든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어줄 거예요. 다양한 감각들, 생각들, 입장들이 오가는 시간이기 바랍니다. 자고로 함께 공부하는 교실은 좀 시끄러울 필요가 있어요.

읽기가 있으면 쓰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읽기보다 더 힘이 드는 일이에요. 쉽지 않은 일이지요. 무엇을 쓰기 위해서는 더 깊이 생각하고 더 꼼꼼하게 따져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읽기도 벅찬데 무엇을 어떻게 쓰느냐 되물을 수 있을 겁니다. 일단은 읽기를 통해 얻어낸 문장을 씨앗 삼아 자신의 생각과 감각을 정리하는 글을 써봅시다. 씨앗이라는 표현을 썼듯 그로부터 출발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뜻이어요.

다만 쓰기에는 일정한 형식이 필요합니다. 매 글마다 독립적인 제목을 붙이세요. ‘~를 읽고’라는 식으로 재미없는 제목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묶어줄 제목을 붙여보세요. 문단으로 구분된 흐름이 있는 글이어야 합니다. 생각의 덩어리들을 문단으로 묶고 차근차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보세요. 습관적인 표현은 피합시다. ‘~야겠다’는 식의 교훈을 끌어내는 글을 쓰지 마세요. 보다 풍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보세요. 일상의 경험, 고민, 구체적인 상황과 연결해도 좋습니다.

‘분량’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의 글쓰기는 이른바 논술문과는 조금 다를 거예요. 논리적으로 정확한 글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풍성하게 표현한 글이 목표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면 ‘인문학적 글쓰기’라고 할까요? 딱딱한 형식보다는 자유로운 글쓰기가 중요합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분량이 있어야 해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분량이 있기도 하지만, 분량이 적으면 글 자체가 너무 앙상할 수 있습니다. 뼈대와 가지만 남은 글이 아니라 이런저런 가능성으로 가득한 글이면 해요.

2,000자 정도를 목표로 합시다.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면 A4 한 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에요. 처음에는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정작 무언가를 쓰려 하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침묵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도 이 수업의 목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막막함을 뚫고 무엇이라도 써보세요. 처음에는 잘 쓰는 것보다 많이 쓰는 게 중요합니다.

앞에서 읽기를 음식을 먹는데 비유했다면 쓰기란 몸을 단련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쓰기는 힘든 일이지요. 쓰기가 어렵다면 그것은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쓰기의 역량은 쉬이 측정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방향이나 목표를 잡기 힘들지요. 일단 우리는 2,000자를 목표로 합시다.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좌절하지는 마세요. 점점 힘을 키우듯, 분량을 늘려 가면 됩니다. 쓰기 과제를 보면서 각각 요청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가능하면 이를 구체적으로 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읽기와 쓰기라는 구체적인 과제를 통해 우리의 여정이 충만한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그냥 좋은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아니라 더 건강해지고, 더 튼튼해지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저는 이를 ‘성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짧은 시간 동안 ‘성장’이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서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어요. 모든 공부에는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중간에 그만두거나 리듬을 잃어버리면 많은 걸 얻지 못할 수 있어요. 천리길도 한 걸음씩 가면 이를 수 있듯, 꾸준함은 배움에 매우 훌륭한 미덕입니다. 성실함이란 진솔하게 만나자는 이야기에요. 가식이나 거짓 없이 다른 데 눈을 돌리지 말고 우리의 배움에 오롯이 집중했으면 합니다. 짧은 시간을 더 무게 있게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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