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그레이(Conan Gray)
국내에서 'Maniac'으로 유명한 미국 출신의 코난 그레이(Conan Gray)는 유튜버로 시작해 남다른 수준의 커버곡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브이로그(Vlog)로 인기를 얻었다. 그는 혼혈아였으며, 그런 부모님의 이혼으로 12번의 이사를 해야 했다. 이 모든 불필요한 편견에 부딪혀온 유년 시절의 상처를 첫 정규앨범 < Kid Krow >로 승화시키려 한다. 앨범 커버 속 코난 그레이(Kid)와 까마귀(Crow, 앨범에서는 말장난으로 'Krow'라고 칭한다)는 고독을 내포함과 동시에 모두의 고통을 나누고자 한다.
< Kid Krow >는 코난 그레이의 삶을 담고 있는 집합체다. 외로운 자신의 옆에 누군가 있기를 바라는 'Comfort crowd'는 그의 목소리와 단조로운 베이스라인으로 시작해 공허함을 표출하며 이어서 자신의 목소리를 더블링해 고독을 채운다. 그의 말대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상처를 담고 있지만,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감각적인 편곡으로 음악은 어두운 분노의 표출보다도 유연하게 흘려보내는 독백에 가깝다.
이 스무 살 남짓의 청년에게는 이별의 아픔도 있다. 고로 앨범은 자신을 둘러싼 편견뿐만 아니라 여러 대상에게서 오는 상처를 폭넓게 토로한다. 'As you admit there's someone new / It's my move, fight or flight? (네가 새 사람(연인)이 생겼다고 인정했을 때, 난 너와 싸워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도망쳐 나와야 하는 걸까?)'라는 가사의 'Fight or flight'는 자글자글한 기타와 8비트의 드럼으로 록킹한 사운드를 선보이며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상처를 날 것으로 토해낸다.
앨범은 적지 않은 수록곡임에도 지루할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Fight or flight'라든가 'The cut that always bleeds', 'Heather'가 기타를 중심으로 밴드 사운드를 선보인다면, 트렌디한 신시사이저가 자리 잡은 'Wish you were sober', 'Maniac'은 그가 음악적으로도 방대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나 'Maniac'은 리드미컬한 신스팝 스타일로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송폼마다 드럼 비트를 변형 시켜 재미의 요소를 더한다. 영화의 장면 같은 뮤직비디오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의 비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은 컨트리풍의 'The story'로 긴 서사의 끝을 맺는다. 할시의 < Manic >이 그랬듯 앨범은 상처와 고통을 담고 있지만, 주목해야 할 건 지금껏 그를 '이룬 것들'보다도 앞으로 그를 '이룰 것들'이다. 멜로디를 꾸미는 능력이나, 우울한 가사에 비해 밝은 느낌의 편곡을 교차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불행의 과거가 영광을 발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날이 어찌 됐든 'And I hope that they all get their happy end (난 그들이 그들만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길 바라).'
- 수록곡 -
1. Comfort crowd (추천)
2. Wish you were sober
3. Maniac (추천)
4. (Online love)
5. Checkmate
6. The cut that always bleeds (추천)
7. Fight or flight (추천)
8. Affluenza
9. (Can we be friends?)
10. Heather
11. Little league
12. The story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