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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현 Jan 24. 2020

김현철 10집 “돛”

김현철

김현철 10집 “돛”

김현철은 뱃길을 나섰다. 꽤 오랫동안 멀리했던 음악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그 먼 바닷길을 항해하기 위해 그는 돛을 높이 올렸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 김현철 10집 “돛” >이다. 13년간의 공백을 뚫고 지난 5월 발매한 미니앨범 < Fe's 10th – Preview >가 맛보기였다면, 그 앨범의 완성본 < 김현철 10집 “돛” >은 그 이상으로 깊고 풍성하다. 정규 10집의 연작인 이 음반은 삶과 사랑을 노래한다.
 
그의 음악에는 힘이 존재한다. 50대 중년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가, 사랑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아끼는 곡 중 하나라는 1986년 발매된 시인과 촌장의 '푸른 돛'을 리메이크했다. 여기에는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 40명을 코러스로 참여시키며 그들의 선장이 되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웅장한 타악기와 관악기가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힘을 보탠다. 그뿐만 아니라 < Fe's 10th – Preview >와 마찬가지로 박원, 황소윤 등 젊은 아티스트를 시작으로 백지영, 박정현, 정인, 그리고 2007년 잠시 함께 활동했던 주식회사를 피처링으로 삼았다. 세대를 어우르는 음악으로 돌아왔다.
 

We can fly high


지난 앨범 < Fe's 10th – Preview >가 '시티팝 원조의 귀환'이라는 타이틀로 음악적 완성도에 집중되었다면 이번 음반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집중되어있다. 성공의 척도보다 음악이 주는 힘이, 그 우수한 작법이 곳곳에 묻어있다. 젊은 나이에 생을 포기한 이들에게 바치는 '꽃'은 '꽃은 절대 알 수 없는 게 있지 / 피어 있을 땐 자신이 꽃이라는 걸'이라는 가사와 꾸밈없는 멜로디로 위로를 건네고, 'We can fly high'는 청량한 에너지를 품은 후렴구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박원의 목소리와 심현보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가 더해져 아름다운 오리지널 발라드를 선보인다. 소독차 소리, 고교 야구 경기가 중계되는 라디오 소리가 묘미인 '그 여름을 기억해'는 어린 시절의 추억 회상적인 가사를 담고, 하모니카와 아코디언을 사용해 레트로한 포크송을 노래한다. 또한 정인이 노래한 'I don't wanna say goodbye'의 끈적한 알앤비까지. 이토록 다양한 장르가 한곳에 모여있음에도 위화감이 없다. 단연 김현철이기에 가능한 노련함이다.
 
김현철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것들이 살아 숨 쉰다. 그가 선장이 되어 돛을 올리면, 우리네 삶은 그의 노랫말이 되어 흐른다. 음악이 대중에게 온전히 전달되기까지, 이는 꾸며서 될 것이 아니다. 화려한 것으로 점철시키지 않고도 김현철의 음악은 듣는이의 마음에 포근히 자리한다. 음악을 상업적 수단으로 접근하는 뮤지션들이 늘어갈수록, 김현철 같은 거장의 행보는 그래서 더 귀중하다. 진하고 멋있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동시에 자신의 것을 훌륭하게 지켜내는 그의 음악은 여전히 드넓은 바다를 자유로이 항해한다.


- 수록곡 –
CD1
1. 푸른돛 (추천)
2. We can fly high (추천)
3. 당신을 사랑합니다. (Feat. 박원) (추천)

4. 감촉 (Feat. 황소윤)
5. 안아줘 (Feat. 백지영)
6.  여름을 기억해 (추천)
7. I don't wanna say goodbye (Feat. 정인) (추천)
8.  (추천)

9. 그런거군요 (Feat. 박정현)

CD2
1. 오늘의 여행((Thinkin' About You) (Feat.주식회사)
2. 혼자 두지 마요
3. Rainbow in winter
4. Drive(Feat.죠지)
5. 한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화사,휘인) (Prod.김현철))
6. Tonight is the night (Feat.SOLE)
7. 열심
8. 웨딩 왈츠 (Feat. 옥상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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