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씀
방과후 교사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일전에 쓴 글을 이어 쓴다. 아래 글 7번 항목을 더 자세히 펼쳐 쓴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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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에 한글을 못 떼는 아이가 있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2학년이라도 소리 나는 대로 못쓰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와, 실제 교육 현장 분위기,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 전 필요한 한글 마스터 정도를 짚어보고자 한다. 에세이와 시를 주로 쓰다가 이런 비문학적인 글을 사실적으로 쓰기가 쉽지 않다. 고달픈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유익이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초등학교에 문맹이라니?-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
(내가 만난 학생들의 배경을 통해 공식적 통계가 아닌 경험적 통계임을 밝힌다.)
1> 막내인가요?
한글을 떼지 못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 부모와 통화를 시도하면 돌아오는 말 중 하나가 막내라서, 둘째라서 못 챙겨주었다는 말이다. 다수의 막내들은 공부 외에 다양한 매력 발산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쉽게 말해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내가 만나본 한글을 못 뗀 아이들 중 첫째 아이는 없었다. 대부분 막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막내들은 천성 자체가 눈치가 빠르다. 공부머리가 아닌 사회성으로 맷집을 키운 아이다. 천연덕스럽고 영특해서 한글을 몰라도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다.
막내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시선도 공통점이 있다. 공부에 대한 피드백에 그리 놀라지 않는다. 애써 아이를 책상에 앉히려 하지 않으신다.(막내에게도 깊은 관심으로 열정을 쏟으시는 학부모들에게 박수를) 첫아이를 애지중지 키워보고 얻은 노하우로 할 때 되면 할 것이라 믿는다. 못해도 그리 걱정하지 않으신다. 너무 집착하지 않아, 독서나 문자 교육에 가장 소외된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글을 잘 모르고도 칭찬을 많이 받으며 견뎌왔다.(물론 막내 위치에서 어깨 너머로 배워 누구보다 명석한 머리와 다양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한글도 일찍 뗀 경우도 많다)
이 땅에 귀염둥이라는 천사의 날개를 갖고 태어난 막내들의 명석한 머리와 눈치에 공부습관이 더해진다면 나라의 기둥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픽'하며 웃어본다.
2> 맞벌이로 인한 부모님 찬스가 없었나여?
아무리 부모님이 교육계에 종사한다 해도 맞벌이로 양쪽이 다 바쁜 경우, 독서의 중요성이나 한글의 필요성을 알지만 철저하게 아이를 관리할 여력이 없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게 되면 '내일 하자'라는 말로 학습이 지연되기 쉽다. 일 마치고 돌아와 한숨 돌리기도 전에 가사를 쳐내야 하는 현실, 잦은 회식이나 야근으로 얼굴 보기 어려운 아빠. 이런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마도 아빠도 미루기 쉬운 한글 막바지 공부의 현장 모습이다.
나도 일한다는 이유로 '내일 공부하자'카드를 자주 꺼내는 편이라 공감백배이다. (둘째도 7세 초반에 한글을 뗐고 쓰기 교육은 따로 시키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일기 쓰기, 알림장 쓰기 정도에 만족했다는 것만 밝히겠다. 손 안 대고 코 풀며 지냈으니 아이에게 고마울 수밖에)
3> 흥미 없이 이른 문자 교육으로 지쳤나요?
(이 부분은 매우 사적인 분석이 강함을 밝힌다)
오래전 바우처 제도가 활성화된 적이 있다. 지금은 한글 바우처가 없는 것으로 안다. 아이들의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실행되었다. 많은 사교육기관과 연계해서 독서를 증진하길 목표로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3세부터 한글을 주야장천 시키는 것이 유행했었다. 티브이 광고에 3세에 신문을 줄줄 읽는 아이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여파로 한글을 일찍 가르치는 것이 교육에 트인 부모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른 한글교육이 가져오는 좋은 결과도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통 글자를 조금 익힐 때는 아이가 천재적 두뇌를 소유한 것만 같다. 몇십 개의 낱말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낱글자로 넘어가면 그림에서 문자로 인식하는 체계의 변화를 경험한다. 그런데 아직 문자형태를 수용할 수 없는 발달단계라는 게 문제다.
4> 누구에게 어떻게 배웠냐도 중요하죠
이른 한글교육이 가져오는 단점의 면을 보았다면, 이른 시기가 아니라도 가르치는 이의 강압적인 태도에 질린 경우도 있다. 억지로 집어넣고 기계적으로 암기하게 하는데 한계가 있다. 5분만 한글 공부하자고 하고선 30분 이상 끌게 되면 아이는 절대로 공부 상앞에 앉으려 하지 않는다. 그 효과도 미미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아있게 하고 반복된 카드를 넘긴다 해도 아이들은 한글을 거부하고 학습 관련 분위기에 정신줄이 탈출하기 쉽다. 진땀을 흘리게 되는 부모님들은 그 유명한 옆집 아줌마에게 상담을 하러 간다. 유수의 대학에 보낸 옆집 아줌마에게 말이다. 그렇게 상담하고 아이를 더 잡는다. 질리도록.
그 외 이해력이 떨어지는 경우나 집중력이 약해 원리 설명을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는 전문적 분석과 해결방법이 필요하여 내가 다룰 영역은 아닌 것 같아 이만 줄인다.
이 글을 읽는 늦은 한글 떼기 교육으로 애를 먹는 엄빠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한글에 부진하더라도 아이의 예쁨은 변함없다.
단지 기능하나 가 부족한 것이다.
충분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해 한글을 가르쳐보려
나는, 방과후 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