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 어디 즈음/ 웃는권작가
내가 좋아하는 시금치카레를 늦은 점심으로 먹고 가게 밖을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더 내리기 전에 작업실에 들어가려고 식당 낡은 문을 열고 나서니 세상에...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눈 사이로 아련히 보이는 주변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다고 해야 할까? 환상 속에 내가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말이다.
환상적인 느낌을 만끽하며 작업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눈을 맞으며 걷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고 그런 눈을 바라보며 느끼는 설레는 감정도 오랜만이었다. 마치 20살 겨울에 맞던 첫눈처럼 말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잿빛 하늘아래로 쉴 새 없이 눈이 쏟아진다.
수원엔 화성도 있도 재래시장도 있고 예쁜 카페들도 많다. 지금껏 다양한 풍경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새로운 모습을 품고 있는 이곳에 감탄 중이다. 그리고 옛 모습과 지나 온 세월과 현대의 시간을 모두 품고 있는 이곳 이여서 더 정이 간다. 반백살이 된 나름 다이나믹했던 나를 닮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좋았던 시절과 안정적이던 직장인시절, 그리고 새로운 도전의 힘들고 참담했던 시간들과 지쳐서인지 전환이 필요한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 지금의 시간까지, 많은 것들이 뒤죽박죽인 듯 보이지만 볼매(볼수록 매력적인)인 이곳이 말이다.
그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눈이 멎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세상에~
눈이 내리고 난 후의 청량한 공기와 파란 하늘과 성곽과 푸른 소나무 위에 내려앉은 눈의 모습은 또 다른 환상적인 모습니다. 이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수원 성곽 산책길에 나섰다.
내리는 눈이 포근하게 느껴졌던 건 또 곧 다가 올 봄이 숨이 있기 때문이겠지 했다.
나의 시간에도 봄은 다시 오리라 기대하면서.
포기가 없다면 실패도 없다는 말이, 버겁지만 가장 단순한 진리임을 천천히 배워간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화성의 눈이 내린 이 겨울을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