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중앙도서관 어디 즈음/ 웃는권작가
빨간 벽돌집이나 건물은 왠지 모를 기품이 느껴진다. 사람으로 치자면 지적이 다고나 할까?
아마 흙에서 풍기는 숨결, 시간, 자연의 함축적인 것들이 내포되어 있어서이지 않을까도 한다.
흙집에 들어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엄마의 뱃속에서 느꼈던 편안함을 느끼 듯
흙으로 빚고 구워낸 벽돌은 편안함과 따뜻함 그리고 정갈한 미가 있다.
빨간 벽돌과 잘 어우러지는 색은 단연 초록인데 그 벽돌 건물들 사이사이에 혹은 담장 너머나 뒷 배경으로 깔리는 초록의 나무들은 그 벽돌의 빨간색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그 대조됨이 현란하거나 시끄럽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거기에 파란 하늘이 곁들여지면 그 풍경 그대로 어느 잡지의 표지에 넣어도 손색없을 그런 디자인 틱한 한 컷이 연출된다.
벽돌건물 중에서도 빨간 벽돌이 좋다. 검정, 회색, 갈색 등 벽돌을 만드는 흙의 색에 따라 벽돌의 색도 천차만별이지만 빨간 흙벽돌, 그중에서도 표면이 매끈하고 반듯한 빨간 벽돌을 좋아한다. 개취(개인 취향)이겠지만 내가 사무실 건물을 갖게 된다면 그런 건물을 갖고 싶다. 짓고도 싶고.(실현 가능성이 많이 희박해 보이지만 말이다.)
도서관에 앉아 새로 단장한 1층 로비 기다란 창 밖을 바라보니 도서관의 빨간 벽돌과 그 주변의 푸른 나무들(겨울이지만 초록색 향나무가 아주 커다랗게 창 주변에 병풍처럼 깔려 있다.),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토요일이지만 유난히 조용한 도서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책보단 참으로 커피 한 잔이 당기는 고즈넉하고 편안한 시간이다.
실내에도 초록 잎사귀들로 도서관 로비를 여유롭게 단장해 놓았고 겨울이지만 초록 잎들이 보이는 창 밖 풍경이 참말로 좋다.
도서관 빨간 벽돌 사이로 눈이 내리는 날이면 그 주변에 조용히 쌓이는 눈이 깔린 배경도 겨울 도서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된다. 그 주변을 거니는 것도 좋다. 도서관만이 갖는 조용함과 산 아래 자리한 도서관의 신선한 공기 겨울의 싸한 바람 파란 하늘 뭐 하나 나무랄 것이 없다. 무료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낌없는 공간 중에 단언컨대 최고봉이다.
여름의 도서관도 시원해서 좋긴 하지만 그 시원함이란 것이 시원함을 넘어 춥기까지 해서 카디건을 준비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 앉아 있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겨울 도서관은 가는 길부터가 상쾌하다. 도서관을 향하는 탄천길도 좋고 도서관을 오르는 오르막길도 좋다. 그리고 입구에 다다르면 그 빨간 벽돌 안에 왠지 화목 난로가 몽글몽글 연기를 내고 있을 것만 같고 오래된 책들의 쿰쿰한 냄새가 더 구수해지고 흰 눈이 쌓인 도서관 창 밖을 보며 책을 보다 그 풍경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좋고 그러다 다시 조용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따스한 공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성남중잉도서관 어디 즈음의 풍경은 그러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 주변에도 분명 도서관이 있을 것이다. 도시 속에 있는 세련된 도서관도 있을 것이고, 산 아래 조용한 도서관, 아이들이 북적이는 아동도서관, 어르신들이 자주 드나드는 큰 글씨 도서관 등등.
겨울이 되면 도서관으로 나서 보자.
서두르지 않아도,
조급하지 않아도,
눈치 보지 않아도,
돈도 마음도 쓸 일 없는 겨울의 낭만이 깃든 도서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