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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창작모임 쫌 Feb 28. 2023

작은 새가 온 날

마음 속 그림책 한권 ㅣ by 나무

<작은 새가 온 날>, 이와사키 치히로 


동화를 참 좋아합니다. 때때로 어떤 철학자들의 깨달음보다 맑은 깨우침을 주곤 하지요. 세상에 이다지 맑은 그림이 있을까. 어린이처럼 투명한 수채화 작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을 보면서 봄을 기다립니다. 별다른 스케치도 없이 물 번짐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의도와 기획에서도 참 자유롭습니다.  

 1918년에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린이를 평생의 작품 테마로 삼아 따뜻한 인간 감성과 동심을 표현했습니다. 끔찍한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온 그녀는 반전, 반핵 운동에 앞장섰지요. 그래서인지 그토록 기다리던 작은 새 한 마리도 새장 속에 가두지 못합니다. 

 『작은 새가 온 날』 엄마는 바빠서 아이와 놀 시간이 없습니다. 곰돌이는 말이 없지요. 금붕어를 키우던 어항은 비어 있습니다. 창 밖에 하늘을 보면서 작은 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힘 센 아이처럼 잡고 싶지는 않아요. 창을 열고 그저 바라만 봅니다. 새를 기다립니다. 한참을 있었을까, 조용히 작은 새 한마리가 머리에 앉았어요! 집안을 날아다니던 새는 새장에 가만히 앉아서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꽃노래를요. 그런데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닫힌 창만 바라봅니다.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새의 마음을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는 슬픈 얼굴로 새를 풀어 줍니다. 새가 날아간 하늘만 바라보는 아이. 아이 눈이 검게 얼룩집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작은 새가 다시 날아왔습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닙니다. 친구들을 데리고 놀러온 것입니다. 

 살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다른 존재 관계를 잘 가꾸어 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동화에 나오는 아이와 같은 마음, 새장을 열어 새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용기라면 우리는 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기쁨을 누릴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 봄에는 마음의 새장을 활짝 열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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