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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Jan 04. 2022

소소하고 행복한 취미생활.

어쩌면 반복되는 하루일지라도.

직장을 옮기면서 몇 가지 변화된 것이 있다. 위치적으로는 크게 이동한 것은 아니지만 환경은 좀 더 좋게 바뀐 것 같다. 일단 2호선 지하철역 주변이라 서울 웬만한 어느 곳이든 가는데 부담이 적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서울 2호선 치고는 상당히 조용하다. 전에 살던 곳엔 밤이면 오토바이 소리로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여기는 오토바이 소리가 거의 없다. 시골은 아닌데 시골인 듯한 분위기가 참 좋다.




또한 경제적으로 고정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월세로 살다가 이제는 직장에서 기숙사를 주는 곳으로 이직해서 주거비를 아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근무 환경이다. 편한 곳보다는 힘든 곳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주위지만, 어쩌다보니 이전 보다 월급은 비슷한데 근무가 더 편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이제 일만하자'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오히려 더 여유있게 일할 것 같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세번 째는 주변 환경이 좋다. 도보 1분에 운동장이 있다. 농구코트도 잘 되어 있어 농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시내에 농구공을 사야겠다.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0분이면 간다.  주변에 분리수거 하는 곳과 음식물 쓰레기를 돈주고 버리는 곳이 동시에 있다. 이전 살던 곳은 관리비를 내고도 분리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처리해야 했는데 여기는 따로 처리하는 곳이 있어서 참 좋다.




위치를 옮기면서 나의 취미생활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걷는 것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내가 살던 집에서 3분 정도 걸어가면 도림천이라는 산책길이 있다. 한강까지 이어지는 길인데 그 길을 걷다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생각도 정리된다. 예전 살던 곳은 20분 정도 걸어가야 있었는데 이곳은 바로 있어 시도 때도 없이 걸을 것 같다. 걷기는 정말 육체와 정신 모두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두번 째는 살림이다. 청소나 빨래는 기본적으로 하는데 최근 더 살림에 관심이 간다. 특히 몇 안 되는 집안 가구 배열을 조정하거나 항상 집이 깨끗한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 집이 잘 청소되어 있는 것이 내 정신상태나 마음상태도 좋은 것 같다. 요리에도 관심이 간다. 인스턴트나 배달음식이 싫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육식에 대해 반감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먹을 요리는 내가 만들어 먹고 싶은 욕심이 생겨 반찬 같은 것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세번 째는 피아노다. 사실 다른 가구나 옷은 필요 없는데 악기 하나는 다루고 싶어 결정했다. 다른 악기들을 이미 다뤘지만, 피아노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지 않는다. 음악을 잠시 쉬려고 기타나 미디 장비를 다 팔고 이사를 왔지만 나는 음악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몇주 안되서 또 악기를 계속 하고 싶다. 섹소폰, 바이올린, 피아노 중에 하나를 하려고 했는데 피아노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피아노를 칠 때 나의 내면에 가장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것 같다. 피아노의 선율과 음을 따라가다보면 생각이 멈춰지고 나만의 세계에 침잠 할 수 있다. 비싸진 않지만 흰색 디지털 피아노로 살 예정이다. (굳이 흰색 피아노.. 예전부터 버킷리스트 였기 때문이다.)



 내 취미는 이제 거창 한 것이 아니다. 뭔가 이루겠다, 얻겠다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겠다라는 마음이다. 최근 스님의 법문을 듣다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죽기 살기로 열심히 살지만 허무한 이유는 그렇게 살면 뭔가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살아왔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거기엔 뭔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조차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뭔가 있을줄 알고 달린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살아왔으면 이제 무슨 보상을 받고 행복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에 스님의 말씀은 간단하다. 처음부터 그런건 없다.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한 생각'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것.




 그래 그런건 없다. 나도 순간의 행복을 놓친 순간이 많았다. 그러나 순간의 행복이 없는데 어떻게 미래의 행복이 있겠는가. 삶은 순간순간에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전부다. 어쩌면 매일 반복되는 하루일지라도 소소한 자신만의 취미가 있다면 그 하루에 재미를 더 해주지 않을까. 좀 더 작은 것에 자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늘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욕심을 내려놓고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답게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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