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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은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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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 Dec 05. 2016

겨우 하는 위로

설거지 하나

  조금 늦게 집에 들어가 대강 냉장고를 뒤적여 반찬통 몇가지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렸다. 새로운 반찬은 없었지만 딱히 해서 먹고싶은 반찬도 없어서 그냥 곧바로 손을 뻗어 밥그릇과 수저를 집었다. 91시간째 보온중인 전기밥솥을 열어 언제나 비슷한 비율로 섞인 잡곡이 들어간 밥을 수저로 대충 퍼서 자리에 앉았다. 리모콘을 들어 티비를 켜고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에 멈춰둔 후에야 첫 한술을 입에 넣는다.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며 느리고 성의 없이 밥알과 대충 집은 반찬 씹기를 반복한다. 한참이 지나서 마지막 한숟갈 정도의 밥이 차갑게 식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부지런히 긁어 급하게 식사를 마친다. 몇 개의 반찬통을 들고 다시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여기가 맞나?' 잘 생각나지 않는 위치들에 고민하지 않고 보이는 공간들에 넣었다. 밥그릇을 싱크대에 놓으려는데 이것저것 설거지할 거리가 쌓여있다. 밥그릇을 적셔두려 물을 틀어 놓고는 그 자리에 서서 잠시 고민에 빠진다.


'흐음'


더 귀찮아지기 전에 마음을 다잡고 싱크대 한쪽에 축 쳐진 고무장갑을 집어 얼른 손을 끼워 넣는다.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은 언제나 어설프고 힘에 부친다.


별것 아닌 움직임에도 별 힘을 들인 후에야 겨우 하나를 실천해낼 뿐이다.



그럼에도 위로를 전하고 싶고,


위로를 발견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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