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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 Joonhee Mar 07. 2018

왜? 왜?? 왜???

Why? Why?? Why???


어제는 잠을 이룰 수 없어 혼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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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rite' 결과를 받기엔 내 레포트는 완벽했다.
충격을 너머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남들 놀러다닐 때, 매일 도서관에서 홀로 불 밝히던 지난 날을 떠올리니 억울하기도 했다.  

그러다 오늘에야 박사과정 선생님과 상담을 받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왜 이걸 연구해야하는지, 왜 그걸 연구하고 싶은지, 왜 디자인은 이걸 사용해야만 하는지, 왜 대상은 그들이어야 하는지, 왜? 왜? 왜?.....
그 당연한 질문들에 대답 한마디 하지 못했다.
"왜?"에 대한 질문이 부족했던 거다.
아니, 어쩌면 어떻게 질문해야하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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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가 안 되어있었다. 한국에서 내가 그래왔듯, 그리고 내가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쳐 왔듯, 늘 저 너머에는 그럴듯한 '정답'이 있었다. 그리고 나름 한국 교육시스템 안에서 공부 좀 했던 나는 그럴듯한 '정답' 쯤 만들어 내는데는 자신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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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쓴 부끄러운 석사 논문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레포트들을 떠올려본다. 이유 없는 이론적 배경의 '나열', 왜 그렇게 해야했는지 나도 모르는 그럴듯하고도 미스테리한 것들..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우개가 있다면 다 지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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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부끄러운 날.
겸손하게 다시 시작한다. '왜?' 라는 그 '낯선' 질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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