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 는 모르겠고 아무튼 덕질깊생타임.
언젠가부터 덕질은 나에게 즐거움보다 실망감, 화를 더 많이 안겨주는 일이 되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왜 자꾸만 마음이 소모되는 걸까?
며칠 전, 나와 같은 그룹을 좋아하는 사람과 한동안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 티켓팅부터 팬덤 문화의 문제점까지, 서로의 불만을 털어놓다 보니 저절로 월루(월급 루팡⭐️)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얘기 우리들만 아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누는 내내 이 감정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화의 핵심은 하나였다.
이 모든 시스템이 왜 한국 팬을 배려하지 않는가?
우리는 티켓팅에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에 절망한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스밍하고, 응원하며 팬덤을 키워온 ‘기존 한국 팬’들이 정작 가장 좋은 자리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볼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했다. 10만이 넘는 어마어마한 대기 인원을 뚫고 겨우 티켓팅 페이지에 진입했더니 남은 자리는 운 좋으면 3층, 아니면 4층 구석뿐. 결국 자리를 포기하고 허탈하게 창을 닫아야 했던 경험은 비단 나나 내 덕메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업자 놈들 쫄딱 망해버려라!'라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속으로만 삼켜야 했다. 업자들은 우리가 절망하는 틈을 타 SNS와 중고거래 사이트에 버젓이 플미(프리미엄) 티켓을 수십 배가 비싸게(중국인들을 향해) 올리고 있었다. 그 티켓의 대부분은 그라운드(VIP, M&G), 1층 등 가장 좋은 자리였다. 우리 손으로는 전날 밤 꿈이라도 좀 잘 꿨어야 잡았을 자리들.
친구는 말했다. "좋은 자리 다 외국인 이거 맞냐고요... 점점 기존 한국 팬들 떨어져 나가고..."
이 한마디가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했다. 아티스트들은 열심히 활동하고, 팬들은 끊임없이 유입되지만, 정작 이 모든 것을 시작하게 만든 자국 팬들은 점점 소외되는 기분. 이게 바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정체였다.
나는 덕질을 시작하면서 행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덕질을 하면 할수록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시스템에 화가 난다.
우리가 이렇게 화가 나는 이유는 단순히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쏟아부은 시간과 애정, 그리고 돈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이 감정은 단순히 티켓팅 실패의 분노를 넘어, 근본적인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는 '케이팝을 사랑한 죄'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