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스케치하다가 재미 들려서...
#1. 왼쪽 - 2012년 오키나와 이시가키(石垣) 섬의 요네하라 비치(米原ビーチ).
2월의 마지막 날이라지만 아직 3월이 안 되었는데도 날씨는 아주 무더웠다. 바다에 뛰어들고 싶을 만큼. 하지만 바다는 차가웠을 거다. 오키나와의 해수욕 시즌은 4월부터 시작된다. 이때, 운전면허가 없어서 렌터카도 없이 대중교통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시가키 섬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섬인데, 최근 다녀온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아주 많이 번화해져서 예전의 느낌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이시가키 섬은 오키나와에서도 가장 경치가 좋은 섬이라고 알려져 있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곳이라 언젠가 다시 한번 가봐야지! 카비라(川平湾)만에서 보트도 타봐야겠고, 타케토미섬(竹富島)에서는 여유롭게 1박을 하는 것도 좋겠다.
#2. 오른쪽 - 2012년 올림픽 공원
집에 올림픽 공원 근처라 지겨울(?) 정도로 올림픽 공원을 돌아다녔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 백일장, 사생대회, 소풍, ... 등 모든 행사는 전부 올림픽 공원이었고, 고교시절 테니스 레슨을 받았던 곳도 올림픽 공원의 테니스 코트였다. 공원의 곳곳을 정말 잘 알고 있었고, 인적이 드문 잔디밭도 꿰고 있었기 때문에 피크닉 데이트를 가끔 하곤 했다.
아마도 저 날은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열렸던 주말이었지 싶다. 공원은 여기저기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약간은 들뜬 분위기는 시간이 흐르고 해가 저물어갈수록 조금씩 고조되고 있었다. 페스티벌이 핑계였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자리 잡고 피크닉 타임. 결국 해가 지고 나서는 사실상의 메인 스테이지 맨 뒤에 서서 술과 흥과 음악에 취해 비틀거림인지 춤인지 모를 것을 토해내고야 말았다.
#3. 스케치 그리고 맨발
맨발로 지내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 그래서인가? 기분이 좋을 때 맨발 사진을 찍어두곤 한다. 요네하라 비치에서도 그랬고, 올림픽 공원 피크닉에서도 그랬다. 사진첩을 뒤져보면 훨씬 더 많은 맨발 사진이 나온다. 둔내에 있는 단골 펜션에서 찍은 사진은 수십 장이 있을 것이고, 지리산 계곡 앞에서 찍은 것도 여러 장 있다. 청평, 가평, 양평 근처의 펜션에서 찍은 것들도 많을 것이고, 에, 또... 뭐 그렇게 수도 없이 많다.
엊그제 츄라우미 수족관의 사진을 가지고 스케치를 하나 했는데, 그게 꽤 마음에 들었고 오랜만에 스케치를 했더니 재밌었나 보다. 어젯밤에도 옛날 사진들 중에서 스케치해 볼 만한 것들을 고르고 골랐고, 그중에 맨발을 찍은 사진 두 장을 골랐다.
이시가키섬이니 요나하라 비치니 뭐 그런 건 사실 큰 상관없고, 그저 '스케치'가 재밌어서 그린 그림이다. 그러니 뭐 저 사진들 아니 스케치들에 담긴 추억들은, 억지로 후벼 파서 꺼내온 것이라는 얘기다.